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최저시급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르면 얼마나 오르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02

나의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우리 큰 새언니


BY ahndj55 2002-11-11

며칠전 8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신 우리 어머니!
16세에 종가집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칠순이 되시도록 부모님을 모시고 살으셨다(조부;87세 조모;97세)
우리 가정을 잘 알고 계시는 내 친구의 어머니는
"너의 할머니 건강 하시냐?"
"네, 도리어 어머니 건강을 걱정하실 정도로요"
"아이구, 우야면 좋노. 너거 엄마 인생을 네 할머니가 다 살고 간대이" 그소리를 들을때마다 오래 사시는 할머니가 고맙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어머니 세대에는 그러려니 하고 사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어디 그런가, 핵가족화 된지도 이미 오래전 일이고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 형제 우애도 허물어져 가는 시대에....
우리 큰 새언니는 9남매의 맏며느리로 와서 회갑이 지난지도 3년이나 되엇다. 어머니 연세에 비하면 아직은 좀 적은듯 하나 92세인 아버지가 생존해 계신다.
평소에 어머니는 뼈를 잘 다치셔서 정형외과에 단골이셨다.
지난 여름에도 생신이라 갔더니 갈비뼈의 손상으로 입원중이셨다.
큰 새언니 왈 "아이구 무시라 우리 시어머님 나 시집온 이후로 꼭 열번째대이" 그러더니 이번엔 언니가 기브스를 하고 상주 노릇을 하고있다. "언니! 엄마한테 물려 받을 것이 없어서 기브스를 받았소?"
우스개 소리로 넘겼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며느리, 사위, 손자까지 보았지만 그저 앉을사이 없이 동동거리며 사는 모습이.... 또 맏상주라고 얼마나 서서 지내야 할텐데 핑게김에 앉은 모습이 어쩐면 마음이 더 편하다.
나의 부모님은 68년을 해로하시면서 9남매나 두셨으나 자식을 먼저 보낸일 없는 복인이신 셈이다.
초상집인지 잔치집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북적대다가 삼오제를 마치고 작별을 하면서 큰새언니께 절을 했다. 아주 큰절을 하고 싶었으나 민망해할 언니를 생각하며"언니, 그동안 수고 하셨어요. 하지만 조금 더 수고 하셔야 겠네요" 하고 돌아서는데 천국가신 어머니는 실감도 나지 않고 언니 인생이 안스러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나 역시 8남매의 맏며느리로 살아가는 공감대의 눈물이기도 했을게다.
'장수 집안''복 있는 가정' 듣기는 좋은 듯한데 그 소리가 나오기까지는 희생하는 자가 있지 않은가!
밝은 등불은 빛을 비추이나 소리 없이 타서 없어져가는 기름같은 인생을 살다가신 우리 어머니의 발자취 그대로 따라가는 우리 큰 새언니!
그 열매로 착하게 살아가는 조카들과, 우리들과 함께 보대껴가는 잔재미로 행복을 느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