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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배우는 엄마..2..


BY liebe980 2002-11-12

오늘은 아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내 오늘은 너의 그 표정변화에 여의치 않고 혼줄을 내주리라~~'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의 버릇을 다잡아놔야겠다고 며칠을 벼르고 별렀는데..오늘은 기필코...

5살난 아이의 머릿속은 내 상상을 넘어서서 이미 영글대로 영글었기 때문에 원인(잘못)이 있어야 결과(혼 내주는 것)가 있는 인과응보,육하원칙을 지켜서 야단을 치고 혼을 내야 겨우 엄마로써의 체면을 면면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고 기분에 치우쳐 화를 내버리면 뒷감당도 힘들 뿐더러 뒷수습이 힘들어지는 걸 나도 그동안의 체험으로 충분히 깨달았다.


눈에 띄게 세어진 아이의 고집을 어떻게 해야 꺾을 수 있을까..
어쭈..공손한 태도도 없어지고 가끔 불량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데?
쟤가..쟤가..위험하다는 자각조차 없어졌네?
이런...저런 말은 어디서 배웠지?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해 한쪽 뇌는 이미 지끈지끈 아파오긴 했지만 다행이도 아직 내 얼굴표정까진 전달이 되지 않았고 난 최대한 이성적인 척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이깐돌!!(아이 별명) 잠깐 앉아 볼래?"

아이는 갑자기 통통 튀어와서는 거실 한 쪽에 서서 어이없다는 듯 날 빤히 쳐다보며 허리에 손까지 얹고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한다.

"엄마!!! 휴~~(고개까지 설래설레) 정말 엄마는 못말려...내가 저번에 수없이 그랬잖아!!! 안그랬어?? 기억안나??"

"....??.....응?...뭐?"

"아들이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지...그래야 엄마지...안그래?"

"....??.....응? 뭘?"

"정말 엄마는 못말려....내가 그렇게 '이깐돌' 이렇게 부르지 말랬는데 왜 그래? 엄마는 아들이 싫어한다면 하지 말아야지..아들한테 '이깐돌' 이게 뭐야?"

아....이거였구나...맞어..듣고 보니 우리 아들이 그렇게 말했었지...

내가 말하려고 했던 레파토리(엄마가 그렇게 얘기하면 좀 들어야지...그래야 아들이지..엄마가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지..)를 아들이 먼저 선수를 쳐버려 잠깐동안 생각을 다듬어야했다.

아이는 또 한마디 덧붙인다.

'내가 엄마땜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죽겠어. 왜 저렇게 말을 안듣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