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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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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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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사랑 (2)


BY 잡초 2002-11-11

하루종일 그이를 기다렸읍니다.
자식과 한 약속이기때문에 지킬줄 알았읍니다.
아니, 나는 그 전날부터 온갖 신경을 대문밖에 고정 시켰었읍니다.
자동차 소리만 들려도
개가 짖는 소리만 들려도...

끝내 그이는 오지않고 전화조차도 깜깜합니다.
명치끝이 아려오며 자꾸만 목울대가 아파옵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느라 온밤을 새하얗게 지새우고 말았읍니다.

빚을내어 집을얻어 나간지 벌써 십여일이 지났읍니다.
당그마니 열네살먹은 딸아이와 아내인 저만을 남겨놓고 말입니다.
그이의 물건들이 하나씩 없어지더니..
어느날 방문을 열어본 나는 그만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읍니다.
흔적들도 없이 방은 깨끗히 비워 있었읍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난 기다림과 싸워야 했읍니다.
제대로 먹을수도 없었고 제대로 잠을 이룰수도 없었읍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행여나 그이인가 싶은 마음에 가슴을 떨어야 했읍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서서히 나는 지쳐가고 무너져 갑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내 영혼이 말입니다.

그이는 아이와는 가끔씩 통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 받습니다.
아빠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아이에게 난 우격다짐으로라도 제 아빠와의 연결고리를
놓지않게 하려합니다.
중간에서 다리가 된 아이는 그이의 소식을 내게 전해주고
내 소식은 그이에게 전해줍니다.

그이를 집으로 불러들이기위해 난 아이에게 도움을 청했읍니다.
일요일이니 집으로 와 달라고요.
그러며 아빠가 너무 보고싶다는 말도 함께 말입니다.
시키는 대로 아이는 제 아빠와 통화를 하였고 온다는 약속또한 받아냈나 봅니다.

하지않던 화장을 하고 설레임으로 난 그이를 기다렸읍니다.
마음이 허둥대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않고 자꾸만 시계만을 바라보았읍니다.
더디게만 가는 시간도 원망스럽지 않았읍니다.
그이를 볼수있다는 기대감에
그이가 집으로 온다는 그 사실하나에 난 충분히 설레일수 있었읍니다.

그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하고
바쁘게 집안의 안과밖도 청소하고 혹여라도 자고갈까 싶은 마음에
이른아침부터 보일러도 가동을 시켜놨읍니다.

아이와 난...
늦은 아침을 먹었읍니다.

점심은... 그냥 건너뛰었읍니다.

준비한 반찬들은 밥상위에 올려보지도 못하고
저녁때가 되어 아이는 짜파게티를 난 라면을 먹었읍니다.

끝내 밤이되어도 그이는 대문간으로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집전화도 아이와 나의 핸드폰도... 울리지를 않았읍니다.
잠이든 아이의 핸드폰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전원도 켜져있고 고장은 더더욱 아니었읍니다.

불이꺼진 깜깜한 방에서 난 양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있읍니다.
뚫어져라 내 눈은 집 전화기를 바라본채 말입니다.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소리조차 내지 못한채 난 가슴속으로만 흐느낍니다.
그렇게 그 밤은 깊어가도...
난 기다리렵니다.
대문을 따고 현관안으로 몸을 밀고 들어올 그이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