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백조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선생님과 마주앉았다.
못해도 50대후반은 훌쩍 넘어버린 여자 선생이다.
"바쁘실낀데 우짠일로 아버지가 오셨습니꺼?"
"선생님 바쁘신데 제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 것 같으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얼마전 운동회때 생긴일로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싶어서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순간 선생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백돌이네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엄청시리 신경을 쓰시네예.
그 날에 뭔일이 있다었다고 이캅니꺼?
아 들이 말썽부리면 당연히 혼을 내는기지 뭐 그깟일로 학교에까지
오고 그랍니꺼?"
"선생님께서 불쾌하시다면 제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전 서로 무언가 오해가 있었다면 풀어보고자 온 것이니 그만
진정하시고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어대 말이나 들어봅시다!"
아빠백조는 엄마백조에게서 들었던 내용들을 전부 이야기 하며 선생새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백돌이 아버지! 어째서 보지도 않고 백돌이엄마말만 믿고 이래 찾아
와서 속상하게 하능교?
내가 뭘 유독 백돌이만 밉다카게습니꺼?
지가 교사생활 오래했지만 이런 부모는 첨 봅니더!"
"선생님! 제가 지금 선생님께 충분한 양해를 구하고 말씀드리지 않았
습니까?
서로에게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지 이렇게 감정적으로 화를 낸다면
더 많은 오해를 하지 않겠습니까?
전 지금 선생님께서 왜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 그랗지요~ 똑똑하신 백조들께서 어떻게 지 말을 알겠습니꺼? 고마 더이상 말하고싶지 않은께 가 보이소!"
"이런식으로는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선생님도 제 말의 뜻을 아시면서 왜 당황스럽게 화 먼저 내고 그러
십니까?
그러시니 선생님께서 확실하게 백돌이를 차별하셨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마음대로 생각하이소!
세상에 이런법은 없읍니데이!
어떻게 선생새에게 학부모가 찾아와서 아 가르치는 것 조차 간섭합
니꺼?"
"더이상 대화가 되지 않으니 오늘은 그만 가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십시오.
왜 다짜고짜 제게 화를 내셨는지!
이렇게 대화의 길을 막으시면 제게도 생각이있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아빠백조는 아주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으로 교실을 나섰다.
여느날 보다 일찍 집에 돌아온 아빠백조를 보고 엄마백조는 대충 짐작을했다.
"학교에 갔었어?"
"응.. 근데 그 선생새 좀 이상하더라."
"뭐가?"
"내가 대화하자고 했는데도 막무가네로 화를 내더라.
그리고 학부모를 자기 자식 나무라듯이 대하는거야~
뭐 그런 선생이있냐?
내가 황당해서 그냥 돌아왔다."
"그랬어? 속상하겠다~ ....
모처럼 일찍왔는데 아이들 데리고 바람이나 쐬러갈까?"
"그러자.
기분 엄~청 더럽다.
정화좀 시키고 와야지."
그날 백조가족은 야외로 나가서 모처럼 즐거운 한 때를 보내었다.
왠일인지 벌써 몇일 째 백돌이는 친구들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오곤한다.
"백돌아, 옆집 참순이는 너보다 매일 늦던데 왜 그럴까?"
"응~ 엄마, 그건~ 선생님이 나만 먼저 보내주니까 그런거야~"
"그게 무슨소리니?"
"전번에 아빠가 학교에 왔다가 갔잖아~
그때 아빠가 나 빨리 집에 보내주라고 그랬나봐.
그때부터 그래.
그리고 엄마, 나 잘못해도 선생님이 혼내지도 않는다~
다른애들 전부 벌받아도 난 그냥 의자에 앉아있으래.
첨엔 좋았는데 요즘은 좀 이상해...
말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데 기분이 좀 나쁜건가...."
"다른애들은 너 보고 뭐라고 않그래?"
"참순이가 그러는데 걔네 엄마가 나랑 놀지말라고 그랬데,
그래도 참순이는 내가 좋다고 같이 놀거라구 그랬어.
그리고 뒷집 참돌이도 그러더라.
걔네 아빠가 그랬는데 '백돌이아빠는 팔불출이야' 그랬데"
"그런데 왜 그런말을 집에와서 하지않은거야?"
"엄마가 속상할까봐 그랬지...
전에도 나 땜에 많이 울었잖아...."
엄마백조는 백돌이를 가슴에 안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쩜 저렇게도 푸를까...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고....
그런데 그 좋은 것 마시고 사는 새들은 왜 그리도 찌들은걸까?'
어제 두순이엄마가 전화를 했었다.
참새마을 새들이 모두 백조가족을 욕한다고...
어떻게 부부가 똑같이 선생새에게 무례할 수가 있냐며.....
전에는 잘 지내던 참새들이 요즘들어 부쩍 냉담해 진것을 느끼기는 했었다.
그래도 그것은 나의 문제이니 견디려고 했는데....
"엄마, 나 숨막혀~"
"어머, 미안해~
엄마가 혼자서 생각한다고 널 너무 꽉 안았나봐~"
"?I찮아요~
그런데 또 생각난건데요, 저 짝이 없어요..
한 친구가 전학을가서 한명이 짝이 없이지내거든요.
그래서 2틀에 한번씩 짝을 바꾸곤 했는데 이젠 늘 그대로 앉아있으
래요...
그러니까 나만 혼자잖아요."
엄마백조는 가슴이시렸다.
이렇게 아이에게 피해가 올 줄은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