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앞,작은 아파트에 참 고운 부부가 사신다.
비가와도 맑아도 아침마다 어김없이 기장에 있는 텃밭으로 일나가시는 자그마한체구에 백발머리 할아버지와 맞벌이 아들내외 도우느라 집안일도 하시고,손주들도 돌보고,가끔 할아버지 밭에나가 나란히 가방메고 들어 오시는 정말 도심속의 촌할머니...
사실 나이로만 칠라치면 아직 70아래로 보이지만,검게 ㄱ그을린 피부하며,넉넉한 인심은 영락없는 촌할머니다.
나는 매일 할머니께 상추를 주문한다.
할아버지의 땀과 정성때문인지 상추가 부드럽고 맛이 좋아 손님들은 늘 상추를 추가한다.
어제는 갓 나온 호박잎을 샀는데,빡빡된장에 땡초넣고, 호박잎을 푹 쪄서 쌈싸 먹었더니,우리 신랑왈 "엇따,맛있다.밥 먹은것 같다"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나눠먹고 싶었다.
오늘도 가지를 사고,호박이 달리면 호박도 사고...
나는 할머니의 영원한 단골이 되었다.
난 그 분들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인다.
나이들면 그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으데.나란히 베낭메고 어둠을동무삼아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도심에선 정말 보기 드문 일이 아닐까?
내 아버지의 서글픈 모습에서 어둠이 보인다면 그분들의 건강한 피부와 미소는 너무너무 아름답다.
내가 철이 든후부터 한번도 생활비를 벌지 않은 무능한 우리 아버지,내 가슴속의 깊은 한을 심어 놓은 우리 아버지
오늘은 그가 더욱 야속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