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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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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BY 올리비아 2001-06-28

"짱이가 죽었어.."
이른 아침에 작은방에서 들려오는 딸아이의 목소리..

"무슨소리야? 왜그래?"
나는 작은아이방에 가서 둘러보았다.
이런....

얼마전에 사다놓은 햄스터 두마리중 한마리가 죽어 있었다.
나는 아이들 방 문턱도 못넘고 바라보기만 했다.

"어떻게 된거야?"
"나도 몰라 일어나보니까 쩡이가 짱이를 물어 죽여버렸어"

둘째아이는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TV에서 귀여운 애완견이나 그외 다른 동물들이 나오면
시선을 못떼며 몹시 키우고 싶어하였다.

그때마다 딸아이는
"엄마 우리도 키우자. 내가 다 알아서 키울께."
강아지, 토끼 ,햄스터....보는데로 졸랐다.

나는 그때마다 오늘날까지 단호하게 반대를 하였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것만 예뻐할뿐,
아직 이 아줌마는 강아지조차도 잘 못만지니.

슈퍼에서도 가끔 주인따라오는 강아지가 행여 내옆에라도
다가올까봐 강아지보다 내가 더 슬슬 눈치보며 피하니
그무엇인들 어찌 키울수 있단말인가..

언제였던가 친하게 지내던 이웃엄마네 집에
차마시러 갔는데 그친구네 집에 제법 큰 애완견을 들여놓았다.

난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그만 햇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개털을 보고 커피를 마시지 못했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할래? 남은 한마리만 키울래 어쩔래?"
겁먹은 표정으로 "싫어 ..나 안키울래."
"거봐 임마..그러니까 키우지말라고 그랬잖아..
기어이 고집을 피우더니만..?"

얼마전에 학교를 마치고 교문앞서 햄스터를 파는걸보고
키우고 싶어 애닳아 하길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 그럼 사줄테니까 너가 알아서 키워야 돼 알았지?"
"알았어..내가 먹이도주고 자리도 깔아주고 다할께.."
흥분하며 좋아서 어쩔줄 모르더니만..

처음에 햄스터 두마리를 사와서는 짱이와 쩡이라고
이름까지도 지어주고는 인터넷에서 햄스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며 두마리다 숫놈이라는둥 막내녀석과
머리 맞데며 잠도 설치며 지켜보더니만..

엊저녁엔 도저히 안돼겠던지
"엄마 나 재네들 때문에 잠을 못자겠어.."
"왜?"
"재네들 얼마전부터 계속 싸워.."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딸애가 햄스터집을
툭툭치던 생각이 났다.

그녀석들이 싸울때마다 딸아이는 그렇게
주인으로서 중재역활을 했었던것 같았다.
"거봐..싸우니까 보기싫지? 너희들도 똑같아...
내버려둬라..싸우면서 정드는거지뭐..ㅎㅎ"

그러더니 기어이 오늘 아침 덩치작은 쩡이가
자기보다 덩치큰 짱이를 물어 죽였던 것이다.

아침 일찍 아파트앞 나무숲에가서 햄스터 집채로
버려두고 딸아이는 올라왔다.

"어떻게 하고 왔니?"
"쩡이는 집문 열어서 풀어주고 왔어.."
아침에 놀란모습과 아쉬워하는 모습이 이내
괜히 사와서 키웠구나하는 후회의 모습이 역역하다.

"그러니까 동물같은것은 함부로 키우고 다루려고 하지마"
"알았어...이젠 정말 안키울꺼야.."
"얼른 씻고 학교갈 준비해."

나도 어렸을때 병아리를 키우다가 죽고,
강아지를 키우다 죽어서 울던 기억이 있기에 난 더욱
집에서 그무엇인가를 키운다는건 썩 내키지가 않았었다.

식탁에 앉은 딸아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매일 쩡이가 덩치큰 짱이한테
당했었는데 어쩌다 짱이가 물려 죽었지?"
" 그러니 말이야..그러니까 무엇이든지 겉모습보고
판단하면 안되는거야..동물이든 사람이든.."

딸아이는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무래도 ...미스테리야..."
나는 목소리를 남자저음으로 깔면서 으시시하게 말했다.

" 다음주를 기대하세요..." ㅎㅎ
(바로 이소리는 우리딸애가 즐겨보는 세계풍물기행이라는
프로에서 미스테리이야기 끝나는 부분에서 나오는 마지막
멘트이다..ㅋㅋ)

썰렁한 나의 유머에 딸아이는 어이없어 픽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