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발걸음을 붙드는 이가 있었습니다.
키가 그 여자 만큼이나 되는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고,
한번쯤 꼭 만나고 싶었던 그였습니다.
그는 살랑이는 초록빛 잎사귀로 반색을 하며 인사하였습니다.
은은한 아이보리 빛 사기에 카키색의 꽃무늬가 잔잔하게 수놓아진
화분에 뿌리를 내리고 듬직하니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아직 그 누구의 눈에 띄지 못한 탓인지 그는 그렇게 있었습니다.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나
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길 기다리
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그의 이름은 "폴리셔스"라 했습니다.
미끈한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지만, 절대 화려하거나 너무 잘생기
지 않아 더욱 친근합니다.
왠지 그를 사랑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이렇듯 많은 것도
행복인 듯 싶습니다.
화려한 쇼윈도우에 온 정신을 빼앗기는 여자이기보다
남들보다 먼저 그 소박한 이들을
마음속으로 불러들이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그들이 머금고 있는 향기를
자신의 생활속에 베어들게 할 줄 아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여유가 좀 없더라도,
다른데 좀 덜 쓰더라도
사랑하고 싶은 그들에게 돈을 쓸 줄 아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맛사지 한번 더 하기 보다 마음 한번 더 메만지고
초록 풀내음 맡으며 절로 아름다워지는 자연미인 되고 싶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계절을 말해 주는
그네들을 항상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함께 두고 싶습니다.
향기로운 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름다운 자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늘 한결같은 푸르름으로 살아 있는 그들을 그냥 닮고 싶을 뿐입니다.
말 없이 그렇게 있고 싶을 뿐입니다.
샤넬의 진한 향도 좋지만, 풋풋한 그들의 내음을 더 아끼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좀 냄새가 난다해도 구수한 ?쩜敭載냄?묻어나는 행복을
놓치지 않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누군가 찾아 온다면 집안 가득 구석 구석에
해즐넛 향을 풀어 놓고, 초록 풀내음을 피워 내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나즈막한 촛불 한 자루 밝혀두고
밤을 꼬박 세울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그리운 이름으로 남아서
가끔씩 꺼내 보고 싶은 고운 추억이 되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