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우중충한 모습을 보이던 오늘 날씨는 오후가 되어도 여전히 무겁다
기분이 여느때 같으면 많이 가라앉아 있을 텐데 오늘은 예외다
왜냐하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아가의 머리를 깎은 날이기에...
옷을 입히고 잠바를 입혀 모자를 씌우니까 아가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알고서 무척이나 좋아했다 잠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가는 즐거운 모양이다
비가 왔던지 길이 젖어 있었고 아가와 난 서로 꼭 껴안고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사와 친구로 보이는 아줌마 한명만 있어서 바로 깎일수 있었다
예전에 그러니까 월드컵이 한창일때 아가는 한번 까까머리가 되었었다 돌전에 한번 밀어줘야 머리가 많이 난다기에 주저하지 않고 병원갔다오는 길에 미용실에 들려 모두 밀었던 때가 있었다 그땐 아가가 자고 있는 동안 미용사가 빠르게 밀어서 아가가 울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아기가 걱정이 되었다
잠바를 벗기고 분홍색수건으로 목을 감싸고 그위에 흰 천을 두른 아기를 내가 안고 바로 깎기 시작했다
윙~ 소리가 나자 아기가 신기한지 자꾸 소리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리려 해서 중간중간 끊겼다 거울속으로 보이는 나와 아가와 미용사가 아가는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 본다 바로 그때 미용사가 재빠르게 움직인다
머리숱이 적은 아기머리카락이 그래도 제법 많이 천위로 떨어진다
삐져나왔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정돈이 되가며 아가의 얼굴은 점점 예뻐진다
아가의 얼굴위에 붙은 작은 머리카락은 스폰지로 털고 천도 수건도 모두 벗기고 잠바를 입혀 집으로 왔다
예뻐졌다 아가가 참 많이 예뻐졌다
아주 어린 아기에서 제법 큰 아기로 변신한것 같다
난 얼른 목욕물을 받고 아가를 목욕시켰다 얼마남지 않은 아가의 머리도 뽀글뽀글 깨끗이 감기고 아기의 몸 여기저기도 뽀득뽀득 씻겨주었다
수건으로 폭싸서 나와 침대에 눕히니까 아가가 웃는다 여덟개의 작은 이빨이 다보이도록
아가는 지금 뭐가 좋아서 그럴까 ?
로션도 발라주고 새로 빨아서 뽀송한 내복으로 입히고 따뜻하게 탄 우유를 먹였다
아가는 웃더니 이내 스르르 눈이 감기면서 양손을 위로 뻗으며 꿈나라로 갈려고 한다
배가 고팠던지 우유는 계속 먹는다
다먹은 아가는 이제 약간의 코도 곤다
아가가 행복해 보인다
어쩜 자는 모습도 오늘 따라 왜이렇게 이쁜지
나도 행복하다 이런 날씨에 나를 기쁘게 해주는 아가가 있기에
아가 일어나면 같이 무슨 놀이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