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봄이 오기도 전인 지난 정초때...
나는 불현듯 일을 시작했다.
그것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보험영업을 했다.
마치 꿈속을 거닐듯.. 나는 마치 나의 가능성을 실험하듯 그렇게
초봄 파릇한 새싹을 돋아내며 그렇게...
그리고 나는 내가 속한 사업부에서 내건 전사적 캠페인에서
전국 1위도 했다.
그야말로 짧은 시간에 원도 한도 없이 모든 것을 실타래풀어내듯
그렇게 푸르르... 엮어냈다.
나는 내일 출근하면 사표를 낼 생각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나의 사표를 말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가능성에 만족했고, 정상에 섰을 때 바람처럼
흔적없이 사라지고 싶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며칠 전... 본사에서 나를 인터뷰해갔다.
짧은 시간내에 이렇게 성공(?)한 설계사는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라며 교육교재에 내 사례를 싣는다고 했다.
나는 그 인터뷰를 하고나서 오히려 이제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다.
그냥.... 즐거운 마음이다.
내가 겁없이 아무 망설임없이 일을 시작했듯..
이제 나는 그 또한 아무런 주저함없이 떠날 결심을 굳혔다.
며칠 전 우연히 주방 창가에 서서 스러져가는 가을의 오후를
지켜봤다.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바빴던 지난 시간중
유일하게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이 그리웠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글을 올리던 시간들...
사람들이 빼곡히 올려놓은 글들을 눈물 그렁그렁한 채 읽어보던
그 소중한 시간들...
나는 그 일상의 소중함이 돈이나 성공보다 더 그리웠다.
이 일을 그만둔다고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 화려한(?) 짧은 경력이 인연이 되어 나는 또 다시 새로운
일을 제의받았다.
나는 순순히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유는.... 설계사로 살았던 10개월처럼 무조건 바쁘게만 살지
않아도 되고.. 나에게 시간과 여유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갑자기 행복해진다.
우리집에서 왕복 11킬로밖에 안되는 곳에 새로운 일터가 있다.
나는 좀 더 풍요로워진 나의 저녁시간과 주말을 갖게 된 것이다.
아... 무엇이 나를 이렇게 가슴뛰게 하는 것인지..
내게서 또 다른 가능성에 만족할 수 있었던 지난 10개월..
난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런 내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
내 혼잣말삼아 나는 나에게 중얼거려본다..
정희... 정말 그동안 수고했어, 진짜 대단한걸!
칵테일
** 아컴 회원 여러분, 이제 저를 기억하는 분이 별로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저는 여기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가끔 글도 올리고 예전처럼 가슴 훈훈하게 살고 싶어요.
제 홈페이지도 이제는 자주 찾고... 그럴게요.
사실... 잃은 것도 참 많았네요. 후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