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를 얻고, 삼칠일이 지나고, 좀 적응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밤낮이 바뀌어 여름날 오후 병든 닭모냥 은비 자는거 원망스럽게 쳐다보다 배는 고프지만, 잠이
더 그리운 나였기에, 옆에 널부러져 자려고 발랑 눕는데, 전화벨 '따르르르르르릉'
받을까 말까 하다가,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심드렁하게 "여보세요"하고 기어가 받았다.
"나다!" 윽! 시어머니다. 잉~ 걍 잘껄 괜히 받았다.
난 심드렁목소리에서 나긋나긋한 톤으로 180도 전환하며 (울 나라 며느리들은 다 탈랜트감이다)
"네에~ , 어머니, 왠일이세요. 대낮에....." 대낮에 왠일이냐니, 나도 참....
매일 통화하던터라, 그땐 할말 정말 없었다. 이말 저말 끌어다 붙이는것도 한두번이지.....
어머니식당에서 낮에 전화하는거 한두번있는일이 아닌데도......
"모하니?"
"네..... 자려고요" 속으론 거짓말이라도 집안일한다고 할껄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뱉은
말..
"그래, 그럼, 식당나와서 설겆이나좀 해라. 일손이 딸려 죽겠다."
윽! 지금 우리 시어머니가 모라시는고야.
난 한참 벙벙하게 전화만 붙잡고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갑자기 나긋나긋하던 내 목소리가 어름짱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바뀌어 정적을 가로지르고 있었
다.
"어머니......
농담이시죠. 지금 하신 말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난 전화기를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그런후 1주일동안 며느리의 침묵시위가 계속됐었다.
그때 난 어머니한테 무척 큰 실망과 우리나라 며느리라는 굴래의 거창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시누이는 딸이 4살이었고, 명절때 손하나 까딱하지 않았었고, 난 며느리라는 이
름의 굴레에 발목을 잡힌체 애낳은지 삼칠일바로 지나, 밤낮 바뀐 핏덩이하고 씨름하고 있는데,
정말 울 친엄마라면, 그런말이 입밖으로 나왔을까????!!!!!
그후부터 나의 작은 반란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서서히.....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