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쌀뜨물에 조갯살을 넣고 청국장을 풀어 찌개를 끓인다
아파트에선 조리하기 쉽지 않은 음식이 청국장이다.
시큼텁텁하고 지독한 냄새 때문에 어쩌다 날씨가 추운날 별미라고
끓이긴 하지만 한,두,시간 환기를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막상 식탁에 올렸을때 그 맛은 일품이다
청국장을 되직하게 국물이 훌렁이지 않게 ?J여야 제 맛이 나는 것 같아
두부,호박,풋고추,나부랭이를 잘게 깍뚝썰기를 해서 넣는데 톡톡한 청국장을
한숟갈 떠먹는 맛이 정말 좋다
입안에 들어갈땐 역겨?m던 냄새 따윈 벌써 잊어버리게 되는데
남편과 나는 구세대라 냄새가 좀 나드래도 청국장을 겨울에 선호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벌써 끓이기 전 부터 싫은 내색들을 한다
그냥 된장국은 잘 먹어면서 청국장 특유의 맛을 애들이 잘 이해 하지
못한다. 내가 어렸을땐 집집마다 겨울철엔 메주 뜨는 냄새가 방문을
열면 진동을 했다. 잘 빚은 메주를 짚으로 묶어 실겅이나 천정에
달아두는데 푸르스름하고 회색빛 나는 곰팡이가 군데 군데 피어있는
풍경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요즘은 친정어머님이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시는데 도시에선 지푸라기 구하기도
어려워 남동생에게 쉬는날 낚시라도 거제쪽이나 남해안으로 떠나면
올 적에 혹시 빈 논에 볏단이 있거든 줏어다 달라고 주문 하신다
짚을 깔고 띄워야 메주가 잘 뜬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아무리 세월이 가도 우리 음식은 묵히고,삭아야, 하니까
지금처럼 손 버튼 하나로 조리되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단 시간에 먹을수 없는 것이
우리네 먹거리다
그 만큼 간장이나 된장은 그 집의 1 년 농사 중 대사 였고 집에 우환이 생길려면
장맛이 변한다는 속설까지 생겼나 보다
청국장은 짚으로 엮은 넓직한 바구니에 삶은 콩을 담고 방에서
띄우는 걸 어렸을때 많이 봤지만 사실 나도 어렸을 적엔 큼직한
돼지고기를 숭숭 넣고 끓인 청국장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았다
청국장 띄울때 지독한 냄새에 질렸던 탓이었을까
어르신들이 좋아 하셔서 젊으셨던 당시 우리 어머니가 5 일마다 장이 서면
푸짐하게 큰 조개나 바지락살을 한소큼씩 끓여 다음 장이 돌아 올때까지
청국장 재료로 쓰시는 걸 봤고 어쩌다 돼지고기를 넣고 매콤한 고추( 씨 까지 간것)
를 넣어 복닥 복닥 끓여내는 것을 어깨너머로 봤을뿐 먹진 않다가 이제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나이 사십을 넘어서면서 이상하게 먹거리가
옛것이 생각나고 그리워지면서 지금은 시장에서 청국장 띄운것이 나마
사다가 해먹곤 한다
어릴적 내가 먹었던 먹거리 들을 기억해 내면서 서툰 솜씨로 하나씩
엮어 내볼 참이다
입 맛을 잃었을땐 예전 투박한 먹거리가 자꾸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감상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