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오케 할머니 서비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9

일요일날 출근하는 엄마의 마음.


BY 억새풀 2001-06-24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밖을 보니 부슬 부슬 소리 없이 작은 비가 내린다.
시간은 아직 6시가 좀 넘었다.
괜스레 기분이 착잡해 지는것 같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오늘이 일요일이니 아이들도 늦게 일어 날텐데 좀더 자자
이렇게 맘 먹고 다시금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

나중에 실컷 자고 tv 소리에 눈을 뜨니 울 효자가 만화를 보고 있다.
우리 딸은 요즘에 기말 고사 준비로 늦게 까지 공부에 지치니
일요일 만큼은 푹 자게 내버려 둔다.

피곤에 찌들어 곤히 자고 있는 딸의 이마를 한번 쓰다듬어 본다.
교복을 빨아 걸어 놓고 냉장고를 뒤적거려 흔한 콩나물을 꺼낸다.
있는 반찬에 오늘은 새로운 것이 콩나물 밖에 없다.
우리 효자는 만화 보기에 푹 빠져 있고
時間은 벌써 8시 30분이 넘어 간다.
대충 있는 반찬에 밥을 한술 먹는다.

마음은 이제 서서히 바빠지고
그래도 아컴은 한번 둘러 봐야 맘이 깨운하니
com 스위치를 켠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역시 아무도 없더라.
더구나 부슬 부슬 비도 내리니 늦잠 자기 딱 그만인기라.
늘상 가는 길로 에세이방에 문을 연다.
낯익은 분들이 벌써 왔다 가고 몇편을 읽고 나니
맘이 고요해진다.

일요일날 아이들만 두고 나가는 엄마의 맘.
남편은 어제 일관계로 들어 오지 않았고
괜스레 사느것에 대한 중압감이 날 휩싸고 만다.
무슨 떼돈을 벌끼라꼬!
꼭 내가 이렇게 구질 구질하게 살아야 하나?
아니야 내가 선택한 길인데.......열심히 사는거야.화이팅!
이렇게 최면을 걸어 본다

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더불어 남편에 대한 내 심정
내 자신의 초라함.......

비 오는날.더구나 일요일날 출근해야 하는 엄마들의 맘은 과연 어떨까?
아침 출근 하는 내 발걸음이 무척 무겁다.
빗물이 튀겨 청바지 밑 자락이 젖어도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우산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내 신발 앞자락에 주르르 미끌어 떨어진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도 현장에서 인상 쓰고 있을수 없으니
난 잊어야 한다.
"지금도 밖에 비 많이 와요?"
"오늘 같은 날에는 라면 끓여 먹으면 맛있는데 그치예?"
오가는 손님한테 괜스레 말도 건내고........

한 10시40분 쯤 되니 띠리리하는 소리
"엄마 나 있났어.....그래 인제 있났나? 욱이하고 빨리 밥 먹어라."
"독서실 갈꺼지?.....응 ....그래 잘 갔다 와......안녕 엄마..그래"
유리창 넘어로 자꾸만 시선이 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참으로 힘없어 보인다.
일요일날 출근해야 하는 다른 엄마들의 맘은 어떠할까?

손님들과 어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퇴근 시간이 가까와 진다.

아이들 먹을 꺼리를 몇개 챙기고
발걸음이 바쁘다.

집에는 울 효자 혼자 밥 먹고 과자 먹고 게임도 하고......
집은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다.

대충 치우고 뒤늦은 午後에 난 다림질을 한다.
울 신랑 바지.
살며시 쓰다듬어 본다.
맘이 애린다.가슴이 울컥한다.

울 효자 티 몇개와 반바지랑
아침에 씻어 놓은
아직 좀 덜 마른 교복을 이쁘게 다릴려고 다리미 잡은 내 손에 한껏 힘을 준다.
스커트에 난 주름을 더 곧게 힘주어 다린다.

오늘 따라 이 교복이 왜 이다지도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우리 효자 면 티를 구김가지 않게 더 정성스레 다린다.
.
.
.
.
이제 빗소리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
밖도 서서히 어슴푸레 짙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