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산을 다녀와서.. 해발고지 1010km 고지대에 위치한 매화산은 여러 갈래의 등반코스가 있지만 우리가 택한 해인사에서 출발하여 남산봉 까지 오르는 그렇게 힘겹지 않은 산행이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40명 정도가 체력단련 및 친목도모의 행사로 떠나게 되었다. 늦은 퇴근을 한 후에 출발한 해인사 행 미리 정해 두었던 식당에 모여 간단한 식사를 하고, 2차는 노래방, 3차는 포장마차 술을 하지 못하는 난 적당히 있다 눈치 봐가며 숙박지로 향해 버렸다. 잠자리가 바뀐 탓에 잠 못 이루는 밤 되었고 새벽녘에 눈을 떠 창 밖을 보니 은행잎은 곱게 물들어 있었고, 산자락을 타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너무 예쁜 모습으로 안개 속에서 웃고 있지 않는가? 아침을 먹고 힘찬 발걸음으로 산행길에 나서니 밤새 비가 내렸는지 나뭇잎도, 하늘도 세상도 더 환한 것 같았다. 도란도란 정감 가는 이야기 소리, 옆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바위 휘감고 흐르는 계곡의 작은 물소리, 벌써 낙엽 되어 떨어진 잎사귀 밟는 소리, 그렇게 가을은 물들고 있었다. 반쯤이나 갔을까?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탓에 다리에 힘이 빠져오고 기운도 자꾸 없어지고 뒤쳐지니 넓은 곳에 앉아 쉬면서 함께 나눠 먹는 시원한 물, 밀감, 배, 그건 꿀맛이었다. 산에는 왜 오르는 걸까? 산이 있어 오른다. 산이 좋아 오른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 오른다. 건강을 다지기 위해 오른다. 험난한 바위를 기어오르는 길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길 평탄하고 쉬운 길 여러 갈래의 길이 있듯 우리의 삶처럼 다가오는 산이 좋아서 오른다는 말이 난 제일 마음에 든다. 열심히 땀흘리고 난 후에 불어오는 솔바람의 시원함을 더 느낄 수 있고, 어려움이기고 올라간 정상이기에 더 마음 뿌듯할 수 있는 것이니까. 쭈빗쭈빗 바위들의 형상에 운무 걸쳐있으니 높푸른 하늘 내 머리 위에 있는 듯 하고 산중턱의 아름다운 단풍은 가을이었으나 정상의 나무들은 벌써 옷을 벗어버리고 긴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여름 내내 무성했던 그 자태 어디로 감추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단풍은 잠시 들었다가 벌써 낙엽 되어 땅바닥에 떨어져 힘없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으니 동면에 들어간 동물의 이불처럼 다가온다. 한발자국씩 내딛던 발걸음 무거워져 힘겹게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내려가는 알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무 작대기를 주며 "이거 짚고 올라가세요. 한결 쉬울 겁니다" "네?" "이거요" "고맙습니다."하고 넙죽 받아 힘을 지탱하며 올라갔다. 반질반질 해 진 나무허리,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돌의 모양, 많은 사람들이 만지고 딛고 지나간 흔적으로 기나긴 세월을 말해 주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면서 "안녕하세요?""고생하십니다"하고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 남산봉의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담아가며 아픈 다리를 절룩이며 내려오는데 "아직 많이 가야 하나요?" "아뇨. 얼마 안 남았어요 조금만 가시면 되요. 기운내세요" 그렇게 대답하자 매화산을 올랐던 사람은 웃으면서, "십분 하고 한시간만 가면 되죠?"하기에 모두가 까르르 웃어버렸던... 솔바람 쏴 불어오는 곳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 나눠먹는 노부부의 모습, 4살이나 되어 보일까? 아이를 데리고 험한 산을 오르고 있는 신혼부부의 정다움. 앞, 뒤 두개의 배낭을 메고 오르고 있는 다정한 청춘 남녀의 애인 사랑하는 마음. 모두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진솔한 모습들로 다가온다. 하산 길에서 반쯤 왔을 때 혼자서 힘겹게 오르고 있는 머리가 희껏한 노신사에게 내가 받았던 지팡이를 난 선뜻 내어 주었다. "지팡이 사용해서 가보세요. 힘이 덜 들어요" "네." "저도 내려오는 사람한테 받았어요." "허허. 그래요? 복 받으세요"그러신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 느낄 수 있는 하루였던가? 세상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인정 살아 있는 거 맞지요? 이 또한 산행으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http://column.daum.net/hskim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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