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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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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미소가!


BY 원화윤 2000-09-27

약수터 가는 길은. 약간은 고 지대의 언덕배기를 숨이 헐떡거려 호홉이 가빠지는 순간이면. 약수터에 다 달았음을 직감한다. 숨도 돌릴겸 해서 약수물 받는 작업은 뒤로 미루고. 도토리 나무 숲을 더듬더듬 올라가서 고개들어 하늘을 향해 쳐다보고 있노라면. 도토리나무 잎들의 표정에서 신록의 푸르름을 반납하고. 추동복으로 갈아입을 준비가 부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완연하게 시야를 번뜩이게 한다. 청명하고 투명한 이 아름다운 산세는 그야말로 고요하고 검허해서. 자신의 숨소리조차도 조심스럽게 숨을 죽여가며 귀를 기울여보면. 여기저기에서 바스락. 바스락 낙엽들의 속삭임이 마치 선율로 느껴지리만치 아름다운 계절임을 절감하게 한다. 별안간 뒤에서 찍찍거리는 소리에. 깜짝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아니 글쎄! 이런 아름다운 전경들이!!...
다람쥐들이 나들이에 나선 모양이다.
아마도 다람쥐의 가족인양 싶다.
꼬리가 몸통보다도 두 배나 되는 앙증스럽고 귀여운 다람쥐 가족 다섯마리가 월동준비 차 가을 소풍을 나온 눈치였다.
조심조심 발걸음에 숨을 죽여가며 눈알을 부지런히 돌려가며 다람쥐들의 거동을 살피는데, 연실 무어라고 자기들만의 대화로 찍찍찍. 거리며 팔랑팔랑 뛰면서. 금방 양 볼에는 겨울 양식을 한 아름 씩 담고는 어디론지 쏜살같이 사라지곤 하는 모습들이, 다람쥐들의 저장창고라도 있는 것인지...홀쭉해진 볼로 미소지으며...
쪼르르 다시 몰려와서 또 찍찍찍 즐거운 비명을 토해내고...
입가에는 환한 미소로...눈으로는 신난다는 표정으로...
참나무 밑 다람쥐들의 양곡 운동장은 부산하기 그지 없으며...
아마도 다람쥐 마을에 다람쥐 가족들의 운동회라도 열리려나!...도토리나무 잎파리들은 운동회의 만국기로 제격이니...
저 마다의 앙증스런 재주로 온갖 재롱들을 쏟아내며...
아름다운 율동으로 투명하고 드 높은 창공을 향해서, 뾰죽한 주둥이를 오물오물대며 결실의 세레나데라도 토해내는 듯...
자신들의 양곡나무 위를 날렵하고 아름답고 잽싸게 오르내리며 운동회의 향연은 절정에 이르노니...
아 이런 예사롭지 않은 전경들이 결실의 계절에 풍악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