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
오늘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따로 영어를 배우는 날이다.
그럴 때면 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그곳에 지켜서서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곤 한다.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 하는 영어 소리에 귀기울여 듣고 있으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흐른다.
아이들 중 유난히 산만하여 수업에 방해를 주는 아이가 있다.
아이 이름은 현이다.
그 아이나 아이 엄마와 친분이 없는 사람들은 그 아이 때문에 수업이 방해가 된다며 원성이 자자하다.
난 며칠 전 선생님이 그 아이의 산만함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며 현진이 엄마 어디 있느냐고 찾고, 엄마 좀 오시라고 해라 하시길래
현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직접 유치원 안, 어딘가 있을 현이 엄마를 찾아 다녔다.
수다 떨고 앉아 있는 현이 엄마를 마침 보았고
난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현이 엄마를 불렀다.
"현이 엄마,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앉아 있으래. 현이가 많이
까부는 모양이야."
그리고 오늘 난 영어 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는 현이 엄마를 보았다.
인사하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현이 엄마의 분위기가 냉랭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엄마의 냉랭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현이 엄마 삐졌어?
왜그래?"
이유인 즉,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에게 망신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망신인가?
얼굴이 벌건 채로 나에게 몹시 화가 났다고 말한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게 그렇게 망신일까?
아이들 산만하고 말썽피우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그거 우스개 소리로 전한것이 그렇게 화날 일인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나의 신조가 바로
"적을 만들지 말자"인데
그 한마디가 또 오늘의 적을 만든 꼴이 되어 버렸다.
세상 사는 일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
그 엄마, 급기야는 선생님께 직접 그 소리 들었다.
당신 아이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되니 신경 좀 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