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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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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지마..


BY 올리비아 2001-06-21

이른아침부터 중학생인 큰딸이 바쁘다.
**단에서 일박이일로 야유회를 가느라
제방에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주방에 있던 나는 방문을 열고 나온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엔 몇가닥의 왜이브와 반짝이 불가사리핀,,
"머리가 그게 뭐야? 정신병원에서 막 나온애같이?"
난 동그래진눈으로 물었다.
정신병원이라는 소리가 우스웠던지 픽 웃으며
"괜찮아 좀지나면 풀어질텐데뭐.."
흠~~ 물묻혀 풀으라고해도 말도 안들을것이고
이미 체념한 난 딸아이의 옷차림을 아래위로 ?어본다.

짧은 자주색반바지에 청자켓..
사실 참 예뻤다.
잡지속에서 깜찍한 하이틴소녀가 튀어나온것처럼..
(하지만 엄마로서는 왠지 못마땅하다.)

잠시 난 교통검열하듯 난 딸아이의 청자켓을 벗겨보았다.
깜짝..
쟈켓속엔 꽃무늬 나염인 스판 끈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이게 뭐야 ..학생이 이렇게 입어도 되는거야?"
"괜찮아...숙소에서 입고 낮에는 청자켓입고 다닐꺼니까 걱정마.."
"그래도 그렇지 너 날씨더우면 그 자켓 벗을것아냐?"
"걱정마 안벗을테니까.."
"너 그옷 절대 벗지마..알았지?"
"알았다니까.."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딸아이와 소극적인 엄마와의
아침전쟁이 마무리 되어갈때쯤 딸의 친구가 집에 찾아왔다.

요즘 부쩍 빈혈이 심하다..
침대에 잠시 누워있는데 딸아이의 친구가 내가
누워있는 안방을 지나 딸아이의 방으로 가는모습을보고
난 또 깜짝 놀랐다.

그친구는 청바지에 시원스런 스판 끈나시 그차림 그대로였다.
(아니 얘네들이 오늘 아침부터 끈나시티로 누구 놀랠킬일있나..)
음..또 고민..그아인 우리 딸아이보다 훨씬 성숙해보였다.
갑자기 방문열고 들어가서 뭐라고 얘길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출발시간이 다되었는지 방에서 두녀석이 나와서
현관문쪽으로 걸어가는걸보고 안방에서 슬며시 나왔다.

"어이..친구.." (그친구 이름을 모른다.ㅎㅎ)
"친구는 옷이 그게 뭐야?."
그녀석도 눈치가 그랬던지 내눈도 제대로 못맞추며 멋적어 웃는다.

"학생이 그렇게 입고 다니면 안돼지..선생님도 함께
가는데 아무리 사복이지만 넘 심한거 아니니?"
딸아이는 이렇게 참견하는 엄마가 못마땅한듯 눈치를 준다.
"엄마 얘 가방에 티셔츠있어.."
딸아이의 눈치와 변명에도 아랑곳않고
"그러니? 그럼 그 티셔츠 꺼내입어라.."

현관앞에서 엘리베이터탈때까지 문도 닫지않고 얼굴만 내밀고
졸라맨처럼 궁시렁데는 이엄마를 딸아이는 친구한테
미안했던지 그만 알았으니까 자꾸 들어가란다.

나는 눈에 힘을 잔뜩주며 딸아이를 째려본다.
" 너 절대 쟈켓 벗지마..알았지?"
" 알았으니까 그만 해..다녀올께"

은색철갑으로 두른 엘리베이터문으로 녀석들이 유유히 사라졌다.
어휴 요즘 녀석들 정말 너무 과감해..
서로가 서로보고 심하다며 우린 그렇게 무던히
싸우며 선을 만들어가는데도 그것 또한 쉽지않다.

저녀석 덥다고 옷벗으면 어쩌지?
아침부터 난 이런저런 걱정에 완전 졸라우먼이 되어
또 궁시렁궁시렁거린다..^^

오늘 왠지 날씨도 찌뿌둥한것같은데
비라도 오면 안벗으려나..ㅋㅋ

심술궂은 이엄마 정한수 한그릇떠놓고
소나기라도 내리라고 기우제라도 드려야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