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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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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


BY 임진희 2000-11-24

내가 살던 친정 동네에 뚜껑 샘과 옹달샘이 있었다.

물의 양과 규모는 뚜껑샘이 훨씬 크고 많았다.

그에 비해 옹달샘은 작았지만 우리집에서 가까워서 나는 옹달샘

에 자주 갔다.

두 샘의 특징은 여름에 시원 하고 겨울에 따뜻했고 비누도 잘

풀려 빨래 하기도 좋다고 동네분들이 자랑이셨다.

뚜껑샘은 이물질이 들어 가지 못 하도록 마을 분들이 뚜껑을

해 덮었고 가운데 구멍을 내 놓아 넘치는 물이 아래로 흐르면

그 물로 야채도 씻고 빨래도 하고 뚜껑을 열고 뜬 물은 식수로

사용하기도 했다.

물 맛은 옹달샘과 마찬가지로 달착지근 했다.

뚜껑샘 양 옆에는 넓고 편편한 돌을 죽 이어놓고 사이에 시멘트

를 발라 가운데 흐르는 물로 빨래를 했다.

김장철이 되면 펌프물이나 우물물로 그 많은 배추를 씻기가

불편 해서 그랬는지 새벽같이 뚜껑샘으로 손수레를 밀고가서

절인 배추를 씻어 오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남들이 일어 나기 전에 냇물에서

씻어 가지고 마지막 행굼만 집에서 하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할수도 없는 오염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유용 하게 사용 됐던 뚜껑샘은 땅 속이

보일만큼 얕았지만 물은 퐁퐁 솟아나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집에서 남쪽에 있는 옹달샘은 자그만 했다. 바로 옆에

시냇물이 흘러서 그 물은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빨래 하다 목이 마르면 마시는 정도 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옹달샘은 돌맹이를 둘러 놓고 가운데만 열어

놓아 그 밑에서 나오는 물로 세수도 하고 빨래도 했다.

내가 결혼 한뒤 친정에 가서 제일 궁금 했던 것이 옹달샘이었다.

일부러 ?아가 보니 뚜껑샘 처럼 더 넓혀서 시멘트로 양 옆을

발라 놓고 규모도 커져 있었다.

옛날보다 정겨움은 조금 사라진것 같았지만 사용 하시는 분들은

훨씬 편한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의 정보 교환 장소이기도 했던 두 샘은 지금도 샘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젠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 오지만 퐁퐁 솟아나는 샘물이 좋아서

아직도 이용 하신다고 한다.

솟아나는 샘물은 마르지 않는 따뜻한 인정이 느껴지는 고향분

들의 마음과 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