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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줌마


BY lily 2000-11-24

출근하는 남편. 내게 핸드폰을 건네준다
여 있다 노는게 뭐 그리 바쁘노? 하루종일 전화해도 전화도 안받고 "당신 노는게 얼마나 힘든줄 알아? 당신한번 아줌마들하고 놀아봐 !
오히려 큰소리다. 속좋은 남편 "어그어그" 그저 빙그래 웃으며
현관을 나서는데...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잠꾸러기 우리딸. 아무 생각없는 우리 아들. TV소리에 깨고 TV소리에 자는 나의 두 자식들의 기상을 위하여 오늘도 나는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댄다 "일어나 빨리 안일어나 ! 니네 계속 그러면 내일부터 유치원 안보낸다. 알아서해. 뻔한 협박에 아이들은 마저못해 눈을뜨고 왜 저렇게 교양없고 무식한 사람이 우리 엄마가
되었을까? 하는 원망어린 눈빛으로 아이들은 유치원에 갈 준비를 서두룬다
드디어 빠이빠이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향하는 그순간부터 나에 자유는 시작된다
오늘은 오대로 가서 코피를 마시나? 그냥들어가면 섭하지잉...
난장판이된 집구석은 뒤로한채 우리들은 그저 세상에 있는 온갖 수다와 남편 자랑 아이들 자랑에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
가끔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씹기도 하면서...
어느새 점심때. 이제 두어시간 후면 아이들이 온다. 시간은 참 야속하기도 하지 놀다보면 어느새 반나절이라니...
동남쪽을 향하고있는 우리집에서의 해가 지붕으로 올라왔을 때에서야 집으로 돌아와 어지러진 거실과 방을본다 23평 거실이 왜 이리 넓은거야 도대체! 놀때는 좋았는데... 한숨이 나온다 이게바로 노는 아줌마들에 비애가 아니던가? 나도 왕년엔 80만원 월급에 보너스 600% 삼사십만원짜리 정장만 입을때도 있었는데.
남는게 힘밖에 없으니 음식은 못해도 청소라도 열심히해야지 "랄라루루" 남편한테 전화를 해야지.오늘은 몇시나되야 들어올른지 수화기를 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해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남편 핸드폰의 신호음과 동시에 식탁에 올려져있는 나의 핸드폰이 울리지 안는가? 누구야 도대체.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야
말도안하고 .어후! 신경질나 핸드폰을 내려노으려는 순간 맙소사! 또 나의 건망증 오늘 남편이 건네고간 그 핸드폰 번호로 내가 전화를 한것이다 아줌마가 어디가겠어? 얼마전엔 냉동실에무선전화기 넣어 두었던걸 남편이 보는 바람에 애꿋은 막내 녀석만 잡지 안았던가 아~ 못말리는 나의 건망증.
오늘 하루도 청소에 빨래 어느새 거리엔 어둠이 짖게 깔리우고 일찍 오겠다던 남편은 열두시를 넘길 모양이다
침실에 예쁘게 잠들어있는 우리 아이들 천사의 모습이 따로없다
오늘도 나의 하루가 다 가버렸다 분명 나의 하루였는데 나라는 존재는 오늘 하루중 과연 어느 부분에 있었는지 나는 잘모른다
다만 내가 정말 아줌마가 되었다는것 밖에는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도 나를 아가씨로 보아주지 안는다는것을 아~ 너무좋다 아줌마! 나는 이제 두려울것이 없다 왜냐? 이제 정말 아줌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