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은
용서하기 위하여 떨어졌습니다.
사랑하기 위하여 낮아졌습니다.
살리기 위하여 죽습니다.
이 가을이 가고 나면
또 겨울이 찾아오겠지요?
매일 같이 하는 일, 씻고, 닦고, 치우고...
하루하루 같은 일 반복되니
한번쯤 일상탈출을 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나른한 토요일 대충 미루었던 집안 일 해 놓고
오랜만에 한 주일에 쌓였던 피로 풀어 보려고
늘어지게 낮잠 한숨을 즐기고 나니
벌써 저녁 할 시간이 되었다.
"딸아! 몇 시니?"
"엄마는.. 낮잠 안 주무시더니 오늘은 웬 일이세요?"
"그냥 피곤해서 게으름 피워봤지?"
"저녁 먹을 시간 다 되어 가요. 배고파요"
"그래? 휴! 너무 하기 싫다. 우리 오늘 그냥 외식할까?"
"네. 엄마. 저기 버스 내리는데 00우동 집 개업했던데.."
"그러자. 아빠한테 전화 해 보렴."
"와! 좋아라..."
우리남편 조금만 매운 맛이 나면
땀을 뻘뻘 흘리는 체질이라
밖에서 밥 먹는 걸 엄청 싫어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쉽게 대답을 하였나 보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며
노란빛을 발하는 보름달을 보며
조금씩 물들어 가는 가로수의 단풍잎들을 보며
오순도순 손잡고 분식 집에 가서
각자 입맛에 맞는 메뉴들을 한가지씩 시켜먹고
나오려 하자 우리 딸아이
"아빠! 저 부탁 있어요"
"저번에 제 생일날 노래방 간다는 각서 썼잖아요. 지금 가요"
"허허 아직 안 잊었구나? 그래 좋아 가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사람처럼
오늘은 맘껏 하고픈 것 하도록 한다.
가까운 노래방에 들어가 아이들 노래 부르도록
가만히 놓아 둬 보니
세상에! 요즘 신곡은 물론이고,
내가 아는 트로트, 발라드까지 다 따라하는 게 아닌가?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하는 동안
남편은 심심하였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너희들만 하지말고 아빠 한 곡 부르시게 해"
"뭐 선곡 해 드려요?"
"응 아빠 요즘 둠바둠바 노래 배우시더라. 그거 눌러라"
"네"
자는 사람 깨워 일으켜
"노래 한 곡 부르세요"
"아이들 놀게 관두지 괜한 짓 하네.."하시더니
일어나 노래를 하니 아이들도 덩달아 춤을 추며
따라 하는 게 아닌가?
노래도 시대에 따라서 많이도 변하는 것 같다.
여고시절 통기타에 나팔바지 입고 삼각 춤추던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선곡하여
남편과 다정히 손잡고 노래를 하니 둘 다 어떻게 알았는지
잘도 따라 부른다.
한시간을 그렇게 놀다 나오면서
"딸아! 너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어떻게 알아?"
"엄마는.. 맨 날 컴퓨터에서 노래 틀어 놓으면서.."
"아하 그랬구나..ㅎㅎㅎ"
"엄마. 할머니도 계셨으면 좋았겠어요"
"어음! 그러게.."
난 딸아이 보기가 부끄러웠다.
생각도 하지 못한 어머님이었는데...
우리 딸은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인지 꼭 챙기는 편이다.
시어머님도 당신 손으로 키우신 손녀라
사랑이 남다른가 제일 많이 귀여워하신다.
내가 부모 되고 나서야 그 사랑 깨달았지만,
부모에게로 향해야 될 마음이
항상 자식에게만 쏟아지는 걸 보니
그래서 옛말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나 보다.
요즘은 농사일 때문에 시골에 가 계시지만,
언제나 내 일을 제일 많이 도와 주시던 분이었는데
떠나시고 나니 생각도 하지 않는 불효를 하고 있으니
필요할 때 어머니라는 마음이 들어
싸늘한 바람 불어오는 늦가을의 밤이
더 춥게만 느껴져 마음 허전해 지는 날이 되었다.
전화라도 한 통화 해 보야겠네...
남편과 나는 피하나 섞이지 않은 무촌
그래도 너무나 다정한 우리 사이.
아이와 나는 1촌 사이
그래도 너무나 사랑스런 우리 사이.
어머니와 나의 촌수는???
=초대합니다.사는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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