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띠를 두르던 바다가 폭풍우를 만나면서
너른 포말과 함께 요동을 치고 있는 밤바다이다.
빗방울과 부서지는 파도알갱이들의 이중주....
무서운 굉음과 함께 차가움이 얼굴에 와 부딪친다.
인적없는, 파도소리만이 에워싸고 있는 바다에서
그야말로 집채만한 허연 파도의 일렁임에 굉음보다 큰 탄성을 자아낸다.
마음 한구석이 허하다.
'나'라는 인간....
아무리 생각해도 맘에 들지 않는다.
허허로왔던 내 속이 그나마 채워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별것도 아닌 일로 공허함이 엄습한다.
맥이 빠져 버린다.
지난 6월부터 조금씩 저장해 둔 내 애장곡들...
그 곡중에 1000여곡이 그만 날아가 버렸다.
하루를 10평 남짓한 사각틀 안에서 박제되어 있는 듯한 옷가지들과
함께 하다보면 오는 손님 맞는 일 외엔 딱히 바쁠 일이 없어 음악감상과
함께 책과 컴퓨터와 그림 그리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본업이 무엇인지 나도 모를 정도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혼자 감상하느니 방송하는 법을 배워 같이 좋은 곡들을 감상하리라 생각해 감히 인터넷 방송국에 들어가 이것 저것 알아보고 내 방송국을 하나 만든 것이 6월이다.
한참 빠져 씨름하다 몸살도 나고....
되지 않는 멘트도 얼마나 하려고 발버둥 쳤는지....
한 20여일 하다 방송사고로 중단되고 말았다...
포기하고 음악만 내 보내면서 검색 싸이트에서 좋은 곡들을 다운받아
내 폴더에 열심히 저장을 했는데 그것이 그만 날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흘러간 곡들....
새로 나온 우리들의 감성에 맞는 조용한 곡들....
이른 아침 띄우는 활기찬 곡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보내는 연주곡 모음들과 피아노 곡 그리고 샹송 모음들....
모두가 나의 사랑하는 곡들이었는데.....
심해에서 채취한 진주라 해야 할 만큼 귀중한 곡들이었다.
허탈감....
어떻게 말로...아니 글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금 다운받아도 될 일이긴 하지만.....
곡명을 모르는 보석과도 같은 곡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런 내가 싫단 말이다....
허허 웃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하는 맘으로 웃어 넘기면 되는데....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느끼는 그 허탈감을 눈물까지 보이면서 신경쓰는 내 자신이 정말 싫단 말이다.....
그렇다고 어떤 일에든 푹 빠져 그 일을 완수하는 나는 아니다.
그냥 좋아하다 보니 열일 제쳐두고 빠져 있었는데...
내 본업에라도 충실히 해야 할텐데 정말 큰일이다.
하지만 오지도 않는 손님을 밖에 나가 데려 올수도 없는 일....
경기탓이라 돌리면서 남는 시간 다시금 도전해 더 좋은곡들 받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하루종일 달포 전에 겪었던 물난리가 생각날 정도로 비가 내렸다.
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던 곡들을 짜내고 짜내어 다운받으면서
내 자신....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너의 할 일은 의류판매야....
조금더 신경써서 D.P(display)도 수시로 바꿔주고 오는 손님은 그냥
가게 하지 말아야 할거 아니야....
컴퓨터에 매달려 너의 본업을 소홀히 하면 되겠니....
누가 봐도 넌 너의 일에 최선을 하고 있지 않구나...."
정말 뜨끔하다...
하지만 음악방송은 내게 있어 삶의 재충전이요 활력이요 청량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