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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걷는 친구


BY haven 2000-11-23

같이 걷는 친구

단발머리 풋풋한 고은 눈매에 친구가 있었지
시를 주고 받고 예쁜글들을 책상서랍속에 서로 끼워 넣어주며
교정에 낙엽이 구르면 슬퍼하던 친구가 있었지
우리는 늘 마음속을 같이 걷고 있었지

그 친구가 아줌마가 되고
삶에 멍에를 무겁게 짊어 질때
우리는 늘 그 멍에를 아파하며 함께 걷는 친구였지

그가 불행해 할 때에도 내 마음은 그 마음을 헤아릴수
있었고 중년에 그가 외로워 몸부림 아닌 몸부림을 칠때
내 피도 마르고 내 입술도 마르는듯 안타까워 하며
그래도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지

너무 외로워 계절이 바뀔때나 비가 올땐 헨드폰에 음악을
넣어 틀어 주면 감동하는 친구
우리는 그 때도 같이 걷고 있었지

어느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내 앞에 나타나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머리에 피가 멎으며 가슴이 멍해지며
그래도 우리는 또 함께 걷고 있었지 울면서

병원 수술대 위에 마취되어 올라 죽은 듯 비참하게 누워 있을때
친구를 잃을까봐 친구가 추울까봐
시트를 덮어주고 또 덮어주고
빨리 깨어나 그의생명이 연장되길 기도했지?
그때도 우리는 함께걷고 있었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뒤
다시 깨어나 삶의 환희를 못느끼고 그 친구가 멍하니 바닷가를
찾을때 아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아니 보고픈 사람을 그리워
하며 멍하니 시를 쓸때도
나는 그 시를 읽으며 함께 있었지

지금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너무도 잘아는 친구로 함께
중년을 걷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