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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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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꽃집에 가는 날은


BY 쟈스민 2001-06-20

오늘은 월급날입니다.

그 여자 꽃집엘 갑니다.

시원해 보이는 유리 화병 하나 고르고,

보라색 꽃 한 줌, 연한 핑크색의 아주 작은 꽃잎이 달린 꽃 한줌

이름도 모르는 꽃 두 다발을 고릅니다.

눈이 크고, 언제나 고운 미소로 답하는 꽃집언니는 선뜻 아이보리 빛

장미 한다발을 선물이라며 건넵니다.

받아드는 손이 부끄러울만치 친절한 미소와 상냥함은

언제나 편한 언니 같아 참 좋습니다.


그녀가 꽃집에 가는 날은 이렇듯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날입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서 정말 힘든 시간이 있었다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이므로 더이상 물을 수 없었지만

그 언니 꽃을 바라다 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지요.

죽음까지도 생각하던 그 힘든 시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된 건

어느날 문득 꽃 소재를 다듬다 목련 한 다발을 묶고 있는 끈을 푼

순간 와들강 쏟아져 나오는 그 가지의 강인한 생명력에 가슴이 막 설

레고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닌 내게

그냥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같다는 이유로도 그만치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평소에 꽃을 늘 곁에 두고 하는 그 일을

참 부러운 눈으로 대할때가 많았는데,

그 속에 그런 아픔이 있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생애의 막다른 골목에서도 우연처럼 다가온 그 설레임이

긴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새로운 의미를 주고

그 긴긴 생명력이 이어져 마침내

꽃집 언니는 많은 이에게 행복함을 선물로 줄 수 있는 일을 가지게 되

었지요.

그 언닌 그 여자를 보면 항상 그런말을 합니다.

꽃을 진짜 예뻐하는 게 눈에 보여 한 다발이라도 더 주고 싶다고....


참 빛고운 화사함을 담은 한 다발 꽃을 받아들어

그 여자 자신에게 선물했습니다.

"한달 동안 또 수고 많이 했어" 이런 마음의 말과 함께...

그 꽃집 언니의 따뜻한 마음까지 보듬아 가지고 왔습니다.

돈으로 산 꽃이 아닌 영혼이 살아 숨쉬는

이미 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꽃을

건네며 그 언니 "행복하세요" 하면서 진심어린 미소를 띄우는 데

돌아오는 발길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다시 무언가를 얻은 새로운 기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생활속의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는 건

혼자만이 알고 있기엔 너무 큰 즐거움이랍니다.


나른한 오후에 꽃한다발로

힘을 얻은 그 여자는 퇴근길에도 아마 콧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툰 운전솜씨임에도

즐거운 상념에 빠져드는 시간속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