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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고 드샌 여자.둘


BY 영광댁 2001-06-19

억세고 드샌 여자.둘

자작하게 내린 비와 더불어 내려온 운무를 창을 통해 바라보며 새벽 여명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쌀을 씻다말고 . 비가 내려줘서 이만저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놓지 못한 채...저 비를 맞으며 산밭에 가서 콩이나 심을까.
계단을 세 번씩이나 오르락 거리고 울타리를 끼어 들어가 바케스로 퍼다 준 물을
먹고 억지로 자란 그 잘난 열무가 꽃이 피워 버렸으니 새벽녘 이 비나 맞으며
열무를 뽑아내고 그 흔해빠진 상추나 쑥갓씨들을 여기저기 하나씩 끼워둬 볼까.
어떻게 우산까지 쓰고 가서 씨앗을 넣을까.
아니다 비 그치고 나서 물이 좀 빠지면 그때나 가볼까.
마음의 반란이나 분노가 이는 날은 사람이 죽어 무엇이 된다기 보담은 가끔 한번씩 살아서도
무엇이 되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을 때였다.

어디선지 격한 감정이 스며있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처음엔 웅얼대가가.. 밖으로 튀어나온 목소리가 욕이 반에 그가 하고 싶은 말들이
섞여서 돌아나와 3층짜리 빌라 두동의 새벽잠을 깨우고 말았다.
앞 통로 맞은편 3층집 우아한 할머니가 지난번 옥상작업을 하면서
지하에 사는 것들은 사람도 아녀어. 이런 공동주택은 말이여, 같이 돈을
부담해야 허는디... 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옥상 작업이 끝난 지 보름이 넘었는데 이제사 그 소리가 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들어갔나.
너그들 3층 말이여. 너들이 사람이냐, 지하에서 하수도 막혀 그렇게
큰 공사 했는데 언놈하나 돈 걷어봤어. 그런데 뭐가 어쩌고 어째?
내가 얼마나 참고 사는 줄 알어.
.....
성질 다 죽었으니까 그렇지.
....
출근 길이였는지 남자는 깔끔하고 몹시 단정했다.
너들 하는 짓대로 나도 해볼까.
오늘부터 하수도 한 번 막아볼까. 콱 막아 버릴거야. 이 인간들아
두고 봐.
밥을 짓다 말고 나는 유리창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가 그 남자와 그만 눈이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휴 우...
나 혼자 하는 화풀이 같은 이름의 것들이 얼마나 마음만 구기게 하고
얼굴만 상하게 하는 일인지...
자기도 손녀 키우면서 우리 아이들 뛴다고 경찰에 신고 하여 아침밥을 먹다말고
중재한다는 경찰과 아랫집 사람과 싸움을 하던 일이 머리를 스쳤다.
하마같은 아이들 셋을 데리고 모처럼 놀러온 친구도 아랫집 사람과 싸움을 하고
놀지도 못하고 돌아가 버린 날들에다
이 여름철에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는 주인의 전화까지 받았는데.
그럴때마다 부재중인 남편을 떠올려...
" 저 아저씨는 좋겠다. 욕 잘하고 싸움잘해서..."
삭혀지지 않은 분노에 그닥 절실하지 않은 부러움까지 아침밥에 얹힌다.
정말 저 아저씨가 하수구 박아버릴까.
막아버리면 좋겠다. ... 부러움에 텍도 없는 마음까지 합세를 하는데...
이히히.. 웃었다가 눈물이 앞을 막아 버리는 비내리던 어제 아침.
도체 누가 인간도 아닌지 날마다 분간이 어렵다 못해 이제는 혼돈이 절반이다.
그나마 잘 지어놓은 밥에 얹힌 연두색 완두콩을 눈치를 보며 알약 삼키듯
물과 함께 둘러마시는 아이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만다.
쌀에 보리쌀 한줌 정도 섞어 밥을 해 놓으면 어떻게 된 게 밥을 먹고 자리를 물린
아이들 자리에 보리쌀만 뎅그렁하니 입에서 빠져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야 마는
것이다...

아이들 자리에 남긴 보리밥을 주워먹어버리고, 마침내 이제는 답답함과
서러움에 놓인 마음까지 합해 밥에 콩나물 무침에 얼가리 김치에 아이들의
젓가락이 지나간 자잘한 반찬을 뒤섞어 비빔밥을 만들어 땡기지도 않은 식욕을
채우고 마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말들도 꼭 꼭 깨물어 먹었는데.
독하고 드세지기만 할까. 우왁스러워지고 게걸스러워 지기까지 하는데..



200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