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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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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고통이 영원한 것은 절대 아닐거야


BY 참견 하고픈 여자 2002-10-02

한며칠 너무 바빠 은행일도 제대로 못 보았다.

오늘 퇴근후 집에 잠깐 들렀다가 법원 옆에 있는 은행으로 가는 도중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지프에 강제로 태워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자는 울부짖으며 도와달라하고 남자는 차문을 억지로 닫고....행인 몇이 쳐다보았지만 남자의 고함에 뒤로 물러서고...
비록 용감하지 않지만 예사롭지 않아 남자에게 정중하게 부부냐고 물었다.
왜냐면 법원 옆이었으므로..

남자가 대답하는 동안 문은 열리고 여자는 얼른 법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남자와 대화하니 1년동안 서로 힘들어하다 오늘 서류를 접수했고 마지막으로 두 딸을 보려 집에 데려가려하니 여자는 모든 것이 다싫다며 자신은 아무것도 필요없이 가겠다고 하여 그랬다는 것이다.

여자를 자극 시키지 말도록 말하고 같이 여자를 찾아보니 법원 옆 정원벤치에서 눈물짓고 있었다. 목에는 긁힌 상처에서 피가 보엿다.

주제넘지만 갈 길을 멈추고 두 사람의 사연을 들어 보았다.
남자의 말과는 다소 달랐다.

신혼부터 바람을 피웠으며 이제 스물 아홉 아름다운 나이에 더 이상 고통을 못 참고 나가서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아무것도 필요없고 남편이 무섭고 이혼은 피하려햇지만 이제 더 이상 길이 없다고했다.

남편은 아직 그 어떤 여자와의 사이가 정리 안 된 상황이며 그가 원하는 것은 여자가 아이 둘을 데리고 나가주는 것이라며 아이둘을 데리고는 여자는 절대 자신의 인생을 살 능력이없다고 했다.


가만히 말을 듣다가 가슴이 아팠지만 어떻게 위로를 할 수 있으랴.
어깨를 두드려 주다가 이제 결혼 16년째인 큰 언니같은 입장에서 들어주었다.
사실 여성들 치고 한번도 이혼을 꿈꾸지 않았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 이혼 법정에 서기까지 참 많이 아파하고 온갖 방법들을 다 찾아보다가 내릴 수 밖에 없는 결정이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차라리 하고 나면 홀가분하지만 결정이 내리기까지 그 과정이란 얼마나 서로에게 힘이 드는가?

그런데 객관적으로 두 사람을 보니 아직은 서로가 진심은 멀리 한채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대화가 안되고 있음을 제 삼자로써 느껴졌다.

예쁜 두 딸을 위해서 한번이라도 더 대화의 시간을 주고싶엇다.
정말 할데까지 후회없이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설득하여 오늘은 아무것도 생각지 말고 집에 들어가라했다.

그리고 두 딸에게 오늘 만큼은 맛난 것 해먹이고 꼭 안아주라했다.
그리고 이틀동안 온전히 아이들과만 시간을 보내고 마음이 진정된후에 남편과 대화하라했다.

이혼후의 세상도 지금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하면서 두 사람이 쌓아온 모든 것을 다 버릴 준비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했다.

여자는 참 고운 눈매에 너무 사랑스럽고 남자 역시 참 듬직하고 서로에게 한때는 얼마나 잘 어울렸던 한 쌍의 연인이었는지가 느껴졌다.
부질없을지 모르는 위로를 해주고 돌려보냈다.

그녀의 전화 번호를 받고 내 전화번호를 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 억지로 불행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진정 미운 마음으로 가득차 헤어지기 보다는 자신의 미래도 생각하고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이 지어질 시점까지는 노력을 하면 나중에 후회를 덜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르겠다. 잘 했는지...
하지만 나도 한번씩 남편과 언쟁을 하면 그의 주장의 정당성은 거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을 후벼파는 말한마디, 동작하나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미움이 더 굳어져 대화를 아예 하고 싶지 않은 적도 많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생각해보면 나 자신의 문제도 많았음을 느끼게 된다.
영화속 같은 사랑은 현실에서는 힘들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처럼 아마 남편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남편도 마찬가지 일것이라 생각하며
불화의 원인은 어쩌면 대부분에게는 서로에게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한 쪽의 일방적인 배신으로 더 이상 결혼 생활이 서로에게 짐이 되고 가족에게 상처를 준다면 이혼은 어쩌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새 출발선이 될 것이다.



우연히 만났던 그 젊은 부부가 한 번 더 서로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이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쁜 새댁아. 한번만 더 깊이 생각하고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