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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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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남자


BY dlsdus60 2001-06-16

우리가족은 병원과 썩 친하지는 않지만 가끔 잊혀질 만 하면 찾아가 며칠 동안
머물어 병원 경영에 도움을 주는 반가운 손님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나는 네식구 중에 유독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해서 중년이 되도록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본 기억은 있어도 입원까지 하여 병원 경영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병원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1년전에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관계자의 당치 않는 권유로 일주일
동안 나이롱 입원 환자의 신분으로 통원 치료를 받았었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자동차 보험 혜택을 받았으며 적당히 치료를 마치고서 나이롱
입원 환자의 소임을 다했지만 사고의 후유증이 뒤늦게 찾아와 그 고통을 인내하지
못하고 내 돈을 내가며 한의원에서 허리의 통증을 치료받았었다.

결혼을 하여 처음으로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을 한 가족은 예총이다.
예총이는 돌이 지날 즘에 감기가 지나쳐 폐렴으로 진화(?)되어 일주일 동안 정식
입원 환자로 병실에 등재되어 어려운 살림에도 병원 경영에 일조 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아내는 갑작스럽게 발병한 급성 간염으로 가까운 동네 종합 병원에서 일주일
동안이나 값비싼 검진 비와 입원료를 지불하며 동네 병원의 어려운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등공신으로 임무를 다했다.
이렇게 병원을 위해 열심히 앞장서는 엄마와 동생을 부러워했는지, 마음을 이해
하였는지 예슬이는 자신도 병원을 위해 한건 올리겠다는 눈물어린 정성으로 이틀전
시내 종합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예슬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귀걸이를 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지 못하고
아내를 보채고 설득하여 귓불에 귀걸이를 매달 수 있는 구멍을 뚫었는데 귀걸이와
궁합이 맞지 않아 귓불에 부작용이 생기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귓불에는 작은 종양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대수럽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한 결과 귓불의 형태가 혹처럼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예슬이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차일피일 미루다 급기야 종합 병원에서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은 예슬이가 중학교에 진학을 하기 전에 하려고 했지만 막상 생각지도 않았던
큰 수술을 받으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서 미루고 미루다 중학교에 진학을 하였으나
귓불 상태가 심각해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1차 검진을 받고 날짜를
잡아 입원까지 하여 수술을 하였다.
손가락 한마디만큼 커져 버린 종양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검사와 전신 마취까지
한 후에야 수술을 할 수 있었고 지금 수술의 고통에 예슬이는 눈물까지 흘리며
병원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생각지도 않은 홀아비 신세로 나는 전락하여 아들녀석과 나는 밤을
지세 우고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등교하는 예총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낮에는 병원에 들려 아내와 딸아이의 노고에 격려를 하였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아들녀석의 저녁 식사를 걱정하며 귀가하면 8시가 넘어도
아들녀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들녀석의 괘씸함에 서성이다 전자동 세탁기임에도 사용법을 몰라 헤매고 있는데
허겁지겁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들녀석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다.
이제는 내가 병원을 위해 노력할 때가 다가온 것은 아닌지, 세탁기가 병원에 입원을
해야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일은 아내에게 세탁기 돌리는 방법을 잊지 말고 물어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