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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남편을 내려다보며


BY 베티 2000-11-22




<잠자는 남편을 내려다보며>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다.

고된 하루에서 놓여나 편안한 얼굴로 잠 속에 빠져 있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보자니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요 며칠 동안 내 마음속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돈'에 대해서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저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것이 고마웠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마냥

감사하고 살았다.

그런데 내 나이를 되짚어 보고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려

보니 내 자신이 참으로 초라하게 느껴졌다.

IMF만 아니었어도, 아니 그때 직장을 나왔다 해도 중국에

일만 벌이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도 우리 명의로 된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괜시리 죄 없는 남편을 원망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원망을 한들 없는 아파트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없는 통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딴 데 눈 돌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그저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경제가 또 어려워진다고 한다.

제 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지금의 상황이 몇년 전 IMF오기 전하고 너무 비슷하다고 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몹시 불안해진다.


나는 이제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오늘따라 남편이 백설기 떡을 가져다 주었던 날이

자꾸 떠오른다.

신혼시절 어느 토요일, 남편은 동료의 돌잔치에 다녀오면서

까만 비닐 봉지 하나를 달랑달랑 들고 왔다.

한시간도 넘게 전철을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야 집에

와야 하고 차림도 양복을 입었었는데 남편은

내가 떡을 좋아한다고 창피함도 모른채 백설기가 든

그 비닐 봉지를 집에까지 가져 온 것이다.

커다란 키에 아주 작은 비닐주머니를 들고 왔을

내 남편, 난 여자라도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 같았다.

덕분에 그 날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백설기를 먹

을 수 있었지만.


난 그 백설기를 떠 올리며 나의 욕심을 잠 재우려 한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 잠들어 있는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지혜로운 여자가

되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