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이야기
어제 오후 자주 울리지도 않은 폰이
-이재운-
우리 집 마당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위도가 높아서 열매는 안 열리고
탐스러운 꽃이 한 달 내내 피었다가 지는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게 석류나무는 과실나무가 아니라
꽃이나 보는 관상수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 석류나무에
열매가 세 개나 열렸습니다.
봄철 내내 이상 난동이 어어지더니
그게 석류한테는 약이 된 모양입니다.
그러니 올해만은 과실나무의 본분을 드러낸 셈이죠.
때가 안 되어 능력을 숨기고 있지 않은가.
옆에 있는 친구를 잘 지켜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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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스럽게 울어댄다.
"여보세요?"
"엄마. 저요"
"저가 누구야?"
"엄마. 딸이야"
"응. 학교 잘 다녀왔어? 우리 딸 왜?"
"엄마. 반가운 소식 있어!"
"뭘까? 궁금하다. 말 해 줘"
"엄마. 동생이랑 내가 상장 받아 왔어"
"무슨 상?"
"그림 그려서 냈는데 상 받았어요"
"그래? 우와 축하 할 일이네. 저녁에 보자"
퇴근을 해 현관문을 들어서자 말자
"엄마. 나 상 받았어요"하며 보여 준다.
"우리 아들 장하네..."
매일 같이 장난이 심하고,
공부에는 관심도 없는 듯 하더니
그래도 학교에서는 열심히 하나보다.
늘 '누나 반만 따라 하면 소원이 없겠다'
"누나 반만 닮아라'하고 속으로 되뇌었는데
나름대로 주어진 과제 해결하면서 지내는
실속 차리는 아들이었구나.
딸아이의 상장은 아무렇지도 않고
아들녀석이 받아 온 상장은 의외로 생각되는 건
눈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고
속 깊이 들어 있는 능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한심스런 내가 되어 버린 날.
이젠 저도 욕심 내지 않고 지켜보는 엄마가 되어 보렵니다.
=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