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내일 입원하라는데 어쩌지요?"
"뭐라고, 꼭 입원까지 해야 한데? 의사들은 아픈 사람들이 병원만 가면 웬떡이냐
싶어 무조건 입원부터 하라고 하잖아! 약을 먹거나 주사 맞고는 치료가 안되는 거야?
대단한 병도 아닐텐데."
여자는 남자의 무심한 푸념에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대단한 병도 아니라고. 그럼 그렇지! 누가 입원하면 병원에 와서 간호 해 달라고
했어! 내가 아퍼 죽으면 혼자 애들 키우며 어디 한번 살아 봐라."
여자는 독백하듯 말을 마치고 무심한 남자의 등을 지고 돌아 누워 항아리에 담아
둔 설음이라도 쏟아 내 놓는 듯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몸이 아파도 병원가는 것을 몹시 싫어해 결혼한지 15년이 흘렀지만 스스로
병원 한번 가 본적이 없으며 신경성 위통에 시달리면서도 늘 자신의 건강을 장담만
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조금만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엄살부리는 것으로
치부를 해버리고는 진정 건강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
어쩌다 여자가 아이들의 잔병에 병원을 가는 날이면 늘 못마땅하게 여기며 약을
먹으면 그만이지 꼭 병원까지 가야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곤 하였다.
여자의 훌쩍거림에 남자는 괜스리 불안한 생각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헛기침을
하고서 슬며시 방을 나왔다.
"간염? 그것도 급성이라고! 그게 그렇게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병인가?
만약에 잘못되면 큰일인데. 아이들은 나혼자 어떡해 키우지? 아니, 고향 어머님께
보내야 하나? 그건 안 되는데, 학교에도 보내야 하고 도시락도 싸주어야 하는데. 그래도
혼자 보다는 둘이 좋을 것 같은데!"
남자는 한참 동안을 거실에서 줄담배를 피우고는 살며시 방문을 열고 여자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 왔다.
여자는 새우등을 하고 그때까지도 설음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일 입원 해! 며칠이나 입원을 해야 한데? 나는 평생 병원 한번 안가고 살았는데.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병원들 다 망하겠다."
남자는 홀애비가 되는 것은 싫었나 보다.
다음 날 아침, 여자는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