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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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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17


BY 녹차향기 2000-11-21

노량진 수산시장을 다녀왔어요.
이웃에 사는 친한 현신엄마와 함께 말이죠.
찬바람을 시원하게(?) 얼굴에 부딪히며 걸어가는 느낌이 춥다는 느낌보단 상쾌하단 느낌을 갖게 했어요.
아마 열심히 걸었던 모양이예요.

언제봐도 시장은 늘 활기에 넘쳐있어요.
우리를 붙잡으려는 아줌마들의 씩씩한 목소리들....
그곳에선 생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엄살을 부리지않고,
생선비린내를 마다않으며 살아가는 용감한 아줌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몇해전 있었던 일이예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나서
'흥! 그럼 혼자 잘 살아봐!'
큰소리를 치고 대문이 부셔져라하고 문을 쾅 닫고 집을 나섰었어요.
새벽 4시....
막상 나서긴 했는데 어디 갈 데가 있어야죠?
길은 어두컴컴하고,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고...
그때 전광석화처럼 떠오른 곳이 바로 새벽시장이었어요.
그길로 동대문 시장으로 향했었어요.

새벽시장 가보셨지요?
와글와글 시끌시끌....
잠을 잊은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낸 또다른 세상,
그곳에 가니 마치 무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느낌이 들었어요.
몇바퀴 시장을 도는 동안, 예쁜 옷들을 구경하고, 옷값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윤기도는 음색을 듣는 동안 어느결에 내 시름은 없어지고 말더군요.
부부싸움하고나서 갈 데가 없다면 새벽시장으로 가세요...
(조언인가????)

한 때는 그랬어요.
내가 가장 불행하다고..
나에게 어쩌면 이토록 가슴아픈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왜 하필 나인지, 어째서,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지 알 수 없는 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목을 놓아 울었었지요.
그리고 나름대로 내 세상을 찾아 날아가려고 할 때....
그 불행이 단지 나에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것은 큰 깨달음이었지요.
어느 누구에게나, 어느 가정에나, 어느 장소에나, 심지어 저 길가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에조차, ?좋熾?살고있는 작은 벌레들에게까지 고통과 시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산을 정복해서 정상에 올라섰을 때 비로소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한 순간 눈앞에 가려져 있던 답답함이, 마음 속의 고통이 걷어지는 것 같았지요.

오만불손하고, 자신감에 넘쳤던, 그랬기에 더 그 상처가 깊을수 밖에 없었던 자신을 다시 불쌍히 여기며 추스릴 수 있었어요.
이후론,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경청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어요.
지금도 제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아무 집이라도 그 속을 들여다 봐봐....걱정근심 없는 집이 없고, 시름에 잠기지 않은 사람이 없어. 다 감당해 낼 만큼의 시련과 어려움에 놓이기 마련이지만, 결국 다 이겨낼 수 있고, 시간이 가면 잊혀지고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만일 오늘 하루 아무런 근심없이 하루를 지냈다면
그곳이 바로 천상이다....

시장에 자주 가세요.
백화점의 편리함과 넉넉함이 주지 못하는 것을 듬뿍 맛볼 수 있는 곳이지요.
가서 값을 흥정해가며 물건을 사고, 더러 덤으로 얹어주는 그 따뜻한 인심에 가슴 뿌듯해하며 인정을 느끼세요.
각박하고 삭막할지도 모르지만, 어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예의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곳이야 말로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낼아침 일찍은 이웃집에 일을 도와주러 가기로 했어요.
집안에 행사가 있는데 김치담그는 일을 도와주고 싶어서요.
도와준다기 보다는 함께 잼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일하고 싶어서이죠.... 맘에 맞는 사람과 일을 하면 그 일이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잖아요?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어요.
병원에 누워있지 않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릴 수 있음에, 가족중에 신경써야 할 정도의 어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없음에, 시어머님께서 건강하심에, 남편이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보잘 것 없는 내게 저토록 소중한 손님이 두사람이나 있음에, 일을 같이 해서 즐거울 수 있는 이웃이 있음에.....

여러분은 무얼 갖고 계세요?

좋은 것이라면 제게도 좀 주세요.... ^.^;

늘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안녕히 주무세요.

** 부부싸움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