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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사랑...(13)


BY 서툰사랑 2002-09-15

하늘이 낮게 내려와있다.
간만에 보는 하늘은 아직도 비울음을 머금은 듯 온통 잿빛이다.
매일같이 푸르르고 드높은 가을하늘을 볼 수있을 것이란 내 기대를
무심히 저버린 초가을의 일요일 오후다.

올해는 추위가 빨리 오려나보다.
양쪽 베란다 창을 열어두면 벌써 발끝이 시려온다.
9년전 가을 이맘때 낳은 큰애는 배꼽이 잘못 떨어졌다.
천기저귀를 고집하던 내가 부주의로 인해 달랑거리는 탯줄이
기저귀에 붙은지 모르고 그만...
아이를 낳은지 14일만에 기어이 운전대를 잡고 말았다.
매일같이 병원에 가서 아이 배꼽을 소독하고...
찬바람이 불면 내 발끝은 언제나 먼저 알아채곤 한다.

아이의 생일이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학급 친구들과 집 앞 피자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아이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내 생일때는 마이트 가인 사줘!~"
제법 의젓한 소리를 하는 5살박이 둘째는 담달이 생일이다.

가을엔 생일이 많다.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남편은 부산을 떤다.
"저녁 뭐 먹을까?애들 좀 데려다 놓고 근사한데 가볼까?"
아직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설레임을 갖게 하는 미소를 가진 남편은
영락없는 개구장이 모습이다.

남편과 나는 8살차이가 난다.
70년대 영화관에서 봄직할 만한 3류영화를 찍으며 우리는 결혼했다.
이미 약혼녀가 있었던 남편이었지만 운명은 우릴 갈라놓질 못했다.
하지만,
사는게 다 그렇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살기에는
아직도 왠지 가슴한쪽이 절절한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있다.

울적해서 괜히 울고 싶어질때...
알 수 없는 대상이 사무치게 그리울때...
지난 밤 꿈속에 살며시 다녀가 온통 내 맘을 흔들고 간
추억속의 미지의 대상이...한없이 궁금해진다.

과연...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안에는
나만이 있는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 시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