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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그녀가 포도 한 박스를 사 들고서 와서 랑
요즈음 이 뇨자 사는 모습이 보고파서 찾아왔다고 하네.
이런저런 얘기로 오후 한나절을 보내고도 아쉬워
저녁 겸상을 함께 받고서 랑 돌아갔었다.
그녀는 내가 강구 시내에 살 때 바로 옆집에서 살았고..
그녀의 일생!
나 역시도 힘들었던 삶이었지만...
그녀 또한 어쩜 나보다 더 힘들게 生의 고리를 엮었다고 할까..
하늘도 갈지 못하는 성질 급한 최씨 성을 가진 남편은
느린 성격의 그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툭하면 갖은 거친 욕과 매몰찬 손짓부터 올라 부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 연줄을 잇기 위해서
어린 자식들 품에 끼고서 강구 시내 삼거리에서
영덕 명물인 대게와 홍게를 자숙해서 랑...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붙잡고 좀 팔아달라고
사정 아닌 애원을 하는...
새벽 별보고 나가서 저녁 별보고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노력한 결과 지식들 도시로 보내서 공부 다 시키고
고생문 닫고 제 자리 잡아 갈 무렵..
어느 날 남편이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그녀의 지극한 정성도 뒤로 한 체 홀연히 저승길로 떠나더라..
다행히도 그녀남편이 죽기 전에 어려운 살림에도
이것저것 적금과 보험을 많이 들었고.
그녀가 알뜰살뜰 모은 황금도 좀 있고 해서랑..
강구시내 요지에 있는 횟집을 사들였고..
살아평생 그녀에게 무섭고 힘들게만 했던 남편이건만..
저승에서 그녀에게 사과하는 뜻인지 횟집이 날로 번창해나갔다.
지난해에 헌집을 헐고 은행 융자 좀 얻어서 2층 새 건물을 지었고..
딸, 아들 다 제 짝꿍을 만나게 해서랑 자기 의무 다 완수했는데
부산서 직장 생활하던 큰 아들 내외가
장래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직장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드디어 모자가 한집에서 살게 되었고..
모든 장사가 세월 따라서인지
한 나이라도 젊은 사람이 앞장서야
오시는 손님도 더 좋아하는 것 같기에
5학년 중반에 들어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리에서 뒤켠으로 밀려나게 되고
슬그머니 모든 주권이 아들 내외에게 넘어가고 말았다나..
언제부터인가
한 푼 두 푼 머니를 며느리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타 써야하는 서글픈 신세가 되었다고 하는 기라..
물론
그 큰 횟집도 그녀의 피땀의 댓 가인 노동에서 다 얻어 진 것이고.
그녀가 살아생전 고생한 것은 말로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데..
옆에서 보아온 이 뇨자가 산 증인이데..
듣고 있던 내가 하도 답답하여..
“이 바보천치야.
그래 이제껏 비자금 한 푼도 돌려놓지 못했단 말인가?
큰 아들, 작은 아들, 딸들 모두 가게 다 장만 해주면서..“
“아이 구! 칭구야. 모르는 소리하지 말거라.
자식 놈들 가게 장만 할 때마다 빚내고 벌어서 또 갚고..
그러다가 보니 딴 주머니 찰 시간이 어디에 있겠노?
아직도 은행 빚이 좀 있는 기라..
그 핑계되고 며느리가 꽉 웅켜잡고 빚 갚아야 한다면서
땡전 한푼도 에누리 없는 기라..“
필요해서 머니를 좀 달라고 하면 며느리가 궁시렁 거리니깐.
일일이 며느리 눈치를 봐야한다는 그녀의 하소연을 듣고 있으려니깐..
사정이야 좀 다르겠지만..
장차 이 뇨자 얘기인 것 같아서
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말았으니..
그녀가 지금..
이곳저곳 평생 부려먹은 온 육신이 너무 아파서 보링하려고
서울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려고 하는데
꾸겨둔 쌈지 돈이 없어서 걱정이 늘어졌으니..쩝!
나 또한..
지금은 백조신세가 아닌가..
늘 경제권 넘겨주지 않는다고 주둥이 댓 발 나와서 심통 부리고
무척이도 나를 힘들게 했던 우리 아들 넘!
갑자기 찾아 온 불청객 병으로 인하여
어판장 생활 터전과 꾸려오던 가게도
모두 아들 부부에게 실권과 경제권이 다 넘어 갔는데..
아들 지 넘이 그리 안달을 부리지 않아도 자연의 섭리처럼
순리대로 될 것인데 그 순간을 못 참아서 랑...
얼마나 어미 가슴에 큰 멍에자국을 안겨주면서 달달 뽁았던고..
아직까지는..
떳떳하게 필요한 머니를 아들 넘에게 요구하고
별 군말 없이 갖다 바치곤 하는데..
나 역시 그녀처럼 어느 날부터..
자식에게 눈치코치 보는 슬픈 모습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뇨자 앞날의
서글픈 청사진이 훤히 보이고 있으니..
어휴! 한숨만 나오는구나.
젊어서 살아 남기위해서 발버둥치면서 죽도록 고생하고..
좀 살만하다고 생각하니
불청객 병마가 먼저 앞질러 찾아 와서 랑..
동행하려고 턱 버티고
이젠 힘이 부쳐서 실권도 경제권도 다 자식에게 넘어가니
평생을 개미허리 졸여가듯 살아 온 업적은
한 순간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쓸쓸한 삶의 殘影이여..
아~~
이제 와서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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