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십자수를 알게된 건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엔 쇼핑가는 길에 우연히 지나다
그 색감이 너무 은은하고 예뻐서 관심이 갔습니다.
학창시절 유난히 미술시간을 즐기던 그녀였기에 더욱더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그리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지라 그냥 예쁜 것으로 골라
사고 싶었습니다.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하기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마구 욕심이 나는지라, 평소 좋아하는 허브 그림이 수놓인 것으로
재료를 구입했지요.
그 기법자체가 아주 단순하기도 하였지만,
어릴적 우리네 어머니들께서 집안의 인테리어(?)를 위하여 만드시던
해태보(?), 밥상보(?) 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생각나서
아주 흥미롭더라구요.
그날부터 그녀는 새로운 세계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며 틈만 나면 실과, 바늘과 친해졌지요.
그전보다 잡념도 줄어들고, 무엇엔가 강하게 이끌리어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드디어, 일주일만에 "허브" 액자 완성!
와....
정말 이게 내가 만든 거야?
스스로 대견해 하며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도 않네,
하나만 걸면 심심하니 또 하나를 해볼까?
이런 생각으로 "허브"액자가 하나 둘 셋...
이렇게 유별난 십자수 사랑은 시작되고
한 이년만에
쇼파뒤에 걸린 길쭉한 유럽풍 집 풍경 액자와 쿠션, 시계, 체리목 쟁반, 식탁 러너 등등 ...
그녀의 손으로 만든, 그녀의 향기를 담고 있는 소품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답니다.
한데, 그녀는 그간 직장생활을 하는 두 아이의 엄마, 집안의 맞며느리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독(?)한 구석이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 그녀는 너무 힘이 들어 수놓는 일을 잠시 쉬고 있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그 손때 묻은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스스에게 위안도 하고, 그 시간속에 묻어 있을 진한 삶의 아픔도 가만히 메만져 보게 됩니다.
그렇게 몰입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만큼의 큰 공허란 무엇이었을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도저히 초인적인 힘이 아니면 안 될 듯하게 아주 치열하게 한 곳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그 심리적인 저변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반문해 봅니다.
그리고 보니 결혼 칠년만에 장만한 내집이 참 소중하기도 했었나 봐요.
힘겹게 마련한 내집이었기에,
화려한 가구나, 요란스런 치장으로 인테리어를 하진 못했지만,
왠지, 자신만의 손때가 묻어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작은 소망이
그렇게 십자수에 대한 특별한 사랑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더군요.
늘 수채화 같이 아름다운 유년의 기억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그녀는
그 아련한 풍경을 수놓는 일이
여간 행복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그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생활의 향기란 건
아마 부지런한 손 놀림, 부지런한 몸 놀림으로 참 많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도 어디에선가 부진히 수를 놓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동안 아주 많이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그 행복을 나누는 일을 한번쯤 구상해 보아야지
그녀의 꿈은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 바자회를 여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소중한 이에게 선물로, 누군가는 신의 생활의 일부분으로 다가설 수 있어 좋고,
그리하여 주위의 불우한 이웃에게 나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그런 바램으로 그녀는 오늘도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수 놓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