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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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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화려한 외출!!


BY 푸른파도 2002-09-10

약속시간은 정확히 12시..장소는 신세계 정문앞.
늘 그렇지만 확실한 허가(?)를 내리지 않은 남편이었지만 난 오늘 영등포에 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외도(?)를 허락한 이유는 단 한가지..오늘의 찬란한 외출이었으므로.
평상시대로라면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났겠지만 약속이 있었던지라 일찍 눈이 떠지더니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남편이 아이 세명을 데리고 사우나를 가자마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는 가게로 달려갔다.
사우나를 다녀와서 식사할 수 있게끔 식사를 준비해 놓고서 화장을 시작했다.
괜히 마음만 바빠서 늦을세라 미처 머리도 말리지 못한 채로 택시를 잡아 탔다.
도착하니 10시 30분이었다.


어제, 오늘 점심식사할 고기를 재 놓으면서 약속시간이 11시라고 남편에게 말해 두었었다.
이 얼마만의 자유인데 나도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세계앞에서 내려서 경방필이며 신세계며 한바퀴 안부인사(?)를 하고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편안한 의자에 등대고 앉아 있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선화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11시 48분이었다.
정문앞으로 12시까지 가겠노라 말했더니 지금 어디냐고 한다.
비밀이라고 말했더니 별 비밀이 다있다며 나중에 보자한다.
내가 사진만 본 선화를 알아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정문으로 갔더니 순수와 낯모르는 아줌마..
(아니,아가씨 ㅎㅎ) 나란히 앉아 있다^^
순수에게 먼저 인사를 하니 선화가 "얘가 파도야?"라며 순수에게 묻는다.
선그라스를 벗은 선화의 얼굴은 사진과 많이 달라 보였다.
얼굴이 가장 자신 있다고 끝내 우겨대더니 거짓말이 아니였다 ㅎㅎ
쳇! 지지배들.저희들은 날씬하다고 민소매에 청바지를 입고 왔다.
난 아이 셋 낳고 응가기저귀 빨아 대느라 굵어진 팔뚝 가리느라 후덥지근한 날씨에 7부 상의를
입어야 했구만...잉잉


식당가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선화는 화통한 성격답게 편안함으로 분위기를 이끌었고 조용한 순수는 정말로 안성맞춤인 대화명답게 제작년 보았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넌 치마를 다 입었냐는 선화의 말에 내가 치마를 입고 싶어 입겠느냐 다 잘난 아들 둔 덕분이다..머리는 또 어떻고 하면서 나도 수다에서 빠지지 않았다.
아줌마의 단골메뉴인 <건망증>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톱이였다.
그렇게 긴긴 수다가 이어지고 이제 처음 본 선화와도 스스럼 없이 친하게 되었을 무렵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 주인에게 선화의 목적지인 목동 가는 버스 번호를 물어보곤 나왔는데 지하도에서 막 헤어지려할 때 선화는 몇번이었지 하고 물어서 어쩔 수 없음을 확인 시키더니만, 전철 표를 끊고서 계단을 다 오를무렵 이번엔 순수가 핸드폰을 안가져온 모양이라면서 가방을 뒤진다.
전화해 보라고 전화기를 주니 전화를 하며 연신 가방속을 뒤지더니 끝내 가방에서 전화기가 나온다.
참나..영 안 나왔으면 달리기 잘 하는 내가 달려갔다 오려 했더니만 ㅎㅎ


순수가 저는 저쪽이고 나는 이쪽에서 타랜다고 해서 탔는데 타고나서 남편에게 전화하는 사이 몇개의 역을 지나쳤는데 1호선에선 뵈지 않던 <신길>이라는 역이 보인다.
그 참 이상도 하지 10년만에 1호선을 탔더니 역이 새로 많이 생겼나보다 하며 지나쳤는데 이런 이런...흘러 나오는 멘트를 들으니 다시 영등포역이란다.
흐미..이게 무슨 일이야 싶어 곁의 할머니께 여쭈니 인천가는 전철이란다.
그것이 다시 영등포로 어찌 왔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난 무척이나 감사인사를 드리면서 내렸다.
용산가는 전철을 타기위해 지하도로 내려왔는데 남편이 열쇠고리 하나 사다 달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얼른 열쇠고리를 하나 사들고는 이제는 제대로 용산행을 탔다^^
전자상가에서 남편이 마우스가 잘 안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새로 생긴 취미생활(고스톱) 열심히 하라는 선물로 광마우스를 하나 사서는 바삐 걸었다.


집에 오니 길 잃은 아이들 모양 풀 죽어 있던 아이들이 내게로 매달린다.
막내아이는 <그건 껌이요?>가 있는가 내 손을 먼저 살피곤 봉지를 나꿔챈다.
아이들이 각자의 몫을 사이좋게 먹으며 웃고 떠드는 사이 남편은 소 닭보듯 휘 눈길 한번 주고는 다시 티비를 바라보지만 그 반가움의 보이지 않는 표정을 내가 왜 모르리.....
남편의 반바지를 걸치고 열심히 일상속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는 남편의 표정을 등뒤로 느끼면서 빨래와 씨름을 했다.
오늘의 외출은 아마도 오래도록 다를게 없는 내 일상에 활력소 역할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