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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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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산의 선


BY shinjak 2002-09-08

어둑어둑한
뒷산을 오른다.
풀벌레의
부드러운 울음이
속삭인다.
가을이 온다고.

노오란
맑디 맑은 노오란
달맞이 꽃이
인사를 한다.
달콤한 꿀향기로.

그 진한 여름
오솔길을 덮던
억새풀들이
키를 재려한다.
순수를 적나나하게
드러내 보이며

억새풀의 종류가
이렇게 가지가지라니

단아한 어느 부인의
치마앞에
대롱대롱 매달린
놀이개던가

억새풀들의 향연이
가을을 부른다.

보라빛 구슬을
매달고 올라오는 넘
은회색빛 투구를 쓴 넘
연두색 불꽃모양을 한 넘
검붉은 피를 토하듯
한을 품은 넘
환희의 깃발을 흔드는 넘
수줍어 숨어 우는 넘
도깨비발톱의
화들짝 웃는 모습까지
조용히 가을을 부른다.

진록의 몸짓들도
이제는 지친 모습으로
맥을 놓아버린
초로의 노인처럼
얇은 가사를 입은
스님처럼

멀리 떠나는 태양을
아쉬워하며 욕심없이
자신을 버리는 자연의
모습 앞에
나는
부끄럽다.

버리자
서랍 속의 지난 것을
싱크대 속의 잡동사니를
이불장 속의 낡은 세월을
내 마음 속의
오염에 찌든 조각들을
미움을
질투를
이기심을
떠나는
여름 봇다리속에
꽁꽁 묵어
저 멀리 멀리
억겁으로 날려 보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