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깥에 비 내리는 거 아세요?
17층에 사는 저로서는 가끔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저녁은 주방 창 너머로 보이는 자동차의 불빛을 보고 알았어요.
촉촉하게 비에 젖은 도로위에 반사되는 불빛은 더 환하고 아름답잖아요...
겨울이 바짝 우리 옆으로 다가올 모양이예요.
에구구... 겨울은 싫은데...
보일러를 다시 작동시키고 집안의 온도를 조금 더 높이고 있어요. 아이들은 주말을 맞아 목욕한다구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저희들끼리 재미있게 낄낄거리며 놀며, 목욕하며 그러구 있구요.
性이 같을 경우의 장점이라면 바로 이럴때지요.
같이 잠자고, 같이 목욕하고, 같이 놀이할때 저희들끼리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할 때... 바라보는 부모도 그저 흐믓하기만 하죠.
참 다행이예요.
서로 잘 챙겨주고 다정하게 지내니 말이죠.
이 아이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 또 이 아이들이 없었으면 아마 겸손함, 인내, 모성애, 숭고한 정신 같은 것을 몰랐을거예요.
인간에서 비로소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었고, 그저 겉치장에 치중하던 여자에서 엄마가 되었고,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던거지요.
얼마나 고마운 아이들인지...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부자인 부모밑에서가 아니고, 교육을 많이 받은 부모밑에서가 아닌 바로 인격이 잘 갖추어진 부모밑에서 훌륭한 자녀가 나오는거라구요.
한마디 다정한 말, 아이의 눈높이 만큼에서 세상을 같이 바라봐 주는 것, 지식보다는 따뜻함을 전달하는 부모가 되려고 하는데.
이 다음에 돌아서서,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는 어떤 시점에 서서
자식들에게서부터
"부모님, 진짜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라는 그 말이 진짜 듣고 싶어요.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부모....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잘 키운다는 것이 진짜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점차 실감하고 있어요.
아직 '학원'이라는 곳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 있는데
사실 이 방법이 좋은지조차 어떨 때는 의문이 들어요.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싶어요.
사실, 전 아직 덜 컸는지 아이들이 하는 놀이가 재미 있어요.
그래서 같이 놀 때도 많지요.
그래서 동네아이들도 우리집 들어서기를 주저하지 않지요.
제가 이만큼 나이가 되었고, 학부형이 되었다는 사실조차도
참 생경할 때가 많구요....
이런 맘은 아마 60세가 되어도, 80세가 되어도 마찬가지겠죠?
우리 늘 아이같은 마음을 잃지 않기로 해요.
또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기로 해요.
키를 낮춰서 길가의 플라타너스를 보세요.
키를 낮춰서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세요.
키를 낮춰서 단상에 서있는 선생님을 보세요.
그럼, 우리 아이의 마음이 다시 내 안에 들어오지요.
영원히 아이일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피터팬처럼 말이죠.
순수함을 잃지않기로 하면서...
낼 낮은 많이 추울거라고 해요.
오늘과는 사뭇다른.
그러니 한낮에도 보온에 신경을 쓰시고,
아이들과 어르신들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어야겠어요.
시어머님 감기는 많이 좋아지셨어요.
일찍 잠자리에 누우셨는데 지금쯤 아마 잠이 드셨을 것 같아요.
진짜 오늘 밤에 이불 발로 차지 마시고 꼬옥 덮고 평안히
주무세요.
욕조에 앉아있는 작은아이가 등을 좀 밀어달라고 하네요.
들어가서 같이 물장구를 좀 치고, 재워야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