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이 예약을 한 검진의 날이다.
지난주에 아랫배가 아프다면서
병원가기를 도살장 끌려가는 뭐처럼 싫어하는 사람이
왠걸 예약까지 하더니
결론은 가지 않았다..
돌팔이 경험상 과음이 문제인듯 하지만
영원한 청춘을 부르짖는 남편이 엊저녁엔 왜그리 꼴뵈기 싫은지.
우스개 소리로 병원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도 괜한 두려움과 무섬증이 앞서나 보다.
나도 그러하고.
속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
까뒤집어서 보질 않은 이상
그저 괜찮으리란 무감각으로 또 살겠지.
구두약을 바른다고 앉아있는 남편의 등뒤에 대고
ㅡ술 좀 끊어!!,,안그람 가정을 끊던가!!
말을 하고 보니 웃기는 말
가정을 끊어라고,,낄낄
그러곤 어울리지도 않는 윙크 한번 하곤 나갔다.
저 사람과 단칸방에서 쌀죽을 먹더라도 살고 싶었는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찬란 그 자체이지만
스무살 중반의 그 때엔 그 생각만으로도
모든 내 감정의 부분들이 소름 돋으며
ㅡ방 한칸과 같이 ㅡ라는 이름을 원했었는데...
이젠 방 한칸의 개념에도 변신을 거듭해서
고기도 먹어야 하고
폼나게 여행도 해야 하고
크다만한 집도 가져야 하고
건강하게 푹푹 돈도 많아야 하고
난 배부른 흥정과 세속의 물정에 그 감정을 잃어 버렸다.
지난 주 동안
남편의 검사날을 기다리면서
그 지난 날의 어느때를 ,,그랬다
잊고 지냈던 그 날들의 한면을 생각하면서
내가 이 남자를 생각했던 그런 날들이 있었구나,,
순수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기에도 뭣하고
시간이 이렇게 흐른뒤에
그 이름을 굳이 짓지 않더라도
그런 날들이 있었다란 그 사실을 일깨우면서
마음이 허공을 떠다니고
남편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면서
내가,,,,저,,남자를,,,,그랬었나,,,
익숙한 것은 한편으론
묻어두고 살아가는 여럿의 흔적인지도,,,
앞으로의 시간이 우리에겐 얼마나 존재할지
댓돌위에 그 짚신을 다음 아침에 신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지도.
청춘가를 아무리 부른들 우린 나이를 먹어 갈것이고
사랑하기에도 이 시간들은 부족함을,,
그래도 저녁이면 남편과
쓰잘데기 없는 일상의 자투리로 또 티격태격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