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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엄마 의 하루


BY gys20001 2001-06-05

잔뜩 흐린 잿빛하늘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만드는 날입니다.

이런 날에 저는 음악을 듣습니다.

허브차를 마시면서 분위기 있는 음악에 스스로를 빠트리다 보면 세상 살이 모든 근심을 잠시 잊어 보게 됩니다.

내일 모레면 사십이 되는 나이에도
소녀적 감상을 문득 문득 떠올려 보며
아직도 빗소리에 가슴을 적시고 싶어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제가 왜 딸기 엄마냐구요?

딸 하나, 기지배 하나
두 아이의 엄마랍니다.


소중한 보물을 둘씩이나 가슴에 안고서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올해로 열 아홉해 째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퇴근길엔 으레껏 온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두 아이들

때때로 엄마의 보따리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아이들이지만
그 해맑은 모습에서

그 어린 가슴에 얼마나 많은 기다림을 남겼던가

스스로에게 반문하여 보며
꾸중을 하기 보다는 칭찬을 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정리 정돈하는 방법도 가르쳐 보려고 합니다.

음악소리 처럼 맑고 고운 목소리는 아니어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항상 인자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려 애써도 봅니다.

샤워를 하기 싫다는 두 아이에게 요즘 새로 나온 김건모의 앨범을 틀어 줬더니
팬티 차림으로 두 녀석들 신나게 한바탕 춤을 추더니
자연스레 욕실로 향합니다.

백마디 말 보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때론 우리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릴적 부터 다양한 음감을 경험하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집안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게 합니다.

특별한 장르나, 편견도 없이 다양하게 접하다 보면 무엇인가 스스로의 취향 내지는 아이들의 흥미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입니다.

클래식이 좋다, 가요가 어떻다 그런 식의 음악 이야기가 아닌 기분을 밝고 평화롭게 가꿔줄 수 있는 음악이라면 어떤 음악이라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새 두 딸아이는 엄마가 즐겨 부르는 애창곡을 부를 수 있게 되고 가끔씩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려 보는 여유도 보여줄 정도로 음악은 자연스럽게 저희 집에 녹아 듭니다.

아이들 동요에서부터, 연주음악, 합창곡, 가요, 팝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다 보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에
활력을 주더군요.

어려서부터 유난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저는 지금은 음악과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많이 들으면서 다양한 음악 세계에 접하고 있습니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를 들을 때면 뭔가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작은 딸아이의 이름이 조수미 입니다.
"조수미 노래 참 잘 부르네" 하면 저희 집 작은 딸아이는
"엄마 저 말이예요?"하며 애교 석인 목소리로 말합니다.

부모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가슴에 품고 사는 까닭에
행여라도 딸에게 그런 재능이 부여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어느 한켠에는 있나 봅니다.

큰 딸아이는 "피아노 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게 배우고 싶었는데,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하는 아쉬움으로 그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 세계란 게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취미이든, 전공이든 있어야 삶을 조금쯤 향기 있게 살아 낼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우리 동서네는 엊그제 둘째 아들을 낳았습니다.

"엄마 작은 엄마는 또 아들을 낳았어?" 하고 큰 아이의 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딸만 둘 낳은 엄마의 자격지심은 아니더라도 왠지, 순산했는지에 대한 축하는 하고 싶어도 아들만 둘 낳았다고 부럽다거나 크게 축하할 일은 아닌 듯 하여

우선 동서의 안부 부터 묻게 되었습니다.

남편, 착잡해진 표정으로 하는 말
"우리도 아들 한명 낳자"였습니다.

자식을 두는 부모는 딸, 아들을 가리지 않고
큰 선물을 받는 마음으로, 큰 축복을 받는 마음으로 언제까지나 감사의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키워야 될 것 같은 자신의 생각은 그저 나만의 생각에 불과한 것일까?

그냥 가슴이 아팠습니다.

딸 둘을 낳아 기르며 이제껏 서운하다거나 부족함을 느껴보진 못했습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런 기억들로 채색된 우리네 삶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마치 한폭의 수채화 같이 이렇게 남아 있는데

내일 모레 나이 사십을 바라다 보는 나이의 내가
단순히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여 아들을 낳고저 한다는 건

깊이 생각해 볼 일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누구가 올린 글 중에는 둘째 딸을 낳자 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또 아들 낳을 생각을 한다는데

글쎄
그보다는 부모가 되어서 내가 그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한번 더 생각해 보는것이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밤

두 딸아이와 셋이서 빨래를 차곡 차곡 갭니다.

헝클어진 우리의 마음들까지도 깨끗이 빨아서
마음속 서랍에 차곡 차곡 넣어 두고 싶어집니다.

그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읽으며
나는 오늘도 두 딸기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하루 하루를 채워 가리라 다짐해 봅니다.

마음이 아름답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그려 보며

진정한 부모의 모습에 대하여 아주 많이 생각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집니다.

마음속에 드리워진 잿빛의 무거운 짐을
이제는 좀 내려놓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루 하루 살고파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