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은 연신 창문을 두들겨댔다.
성난 바람은 반쯤 열어놓은 방문을 심통맞게 만지작거렸다.
지상으로 낮게 내려온 구름은 이미 울음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그냥 손가락만 대도 그 울음이 왈칵 쏟아질것만 같았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시간이어야 하는데,
주위에 작은 소란함이 날 가만히 있게 하질 않았다.
괜히 거실을 서성이고,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를 들어보고,
대답없는 TV를 리모콘으로 마구 눌러보고,
큰애방을 연신 들락거리며 아이의 자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
마시지도 않으면서 타놓은 커피잔은
식탁위에서 키재기를 하며 식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약간의 두려움을 느낄 즈음..
옆집 안방에 불이 켜있는것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는듯 했다.
창문이 오로록 흔들렸다.
이내는 빗방울이 빗줄기로 바뀌어 굵은 눈물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자그마한 우산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걷는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던 적이 있었다.
비오는 날..바닷가가 보이는 허름한 곳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나는 칼국수를 먹고..
싸구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나눠 마셔도
더 이상의 욕심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차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더 없이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너무나 편안했던
그런때가 있었다.
갑자기 입술이 데일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뜨거운 커피잔에서 오는 온열감과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기운이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주길 기대했다.
창문을 따라 흐르는 빗줄기가
어느새
내 마음속에도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