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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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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아그들아


BY gys20001 2001-06-05

그 여자 오늘은 시장엘 갑니다.

시원한 여름의 별미를 맛보기 위하여 열무 두어단을 삽니다.

아이참, 우리 아그들이 좋아하는 오이 소박이도 담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이를 고릅니다.

어떤 놈이 맛있을까?

그래 이거다. 드디어 그 여자의 마음속에 드는 놈으로 OK

엊그제 새우젖 애호박 찌개를 맛있게 먹던 두 딸아이들의 복스런 모습을 떠올리며 그 여자 애호박 몇개를 고르는데

이러 저러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 넘쳐납니다.

시장엘 가면 이렇듯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넘쳐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여자는 편리하고, 신속한 장보기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에게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자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손톱이 달토록 애써 깐 할머니의 마늘도 한 줌 사 드리고 싶고,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보며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나물 한 주먹도,
이 더위에 힘겹게 저어야 만들어 지는 도토리묵도
그 땀의 소중함을 알기에 꼭 사 드리고 싶어집니다.

그 여자의 가슴속에는 하늘에 계시는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몹시도 그립게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여자 그런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줄 때가 되었습니다.

열 아홉 해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이지만, 사랑하는 아그들의 예쁜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큼은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장만하여 먹이고 싶은 것은 내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밤 열한시가 넘도록 김치를 담가 봅니다.
이것 저것 가지 가지

직장생활 초기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워주시며, 아주 정성껏 김치를 담가주시던 그 여자의 시어머님께선 텃밭을 참 부지런히도 일구시어 무공해 채소를 지금도 보내 주십니다.

미처 가져오지 못한날에는 이렇게 가끔씩 시장엘 나가 봅니다.

그곳엔 우리네 삶의 애환이 묻어 있고, 진솔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그 여자도 시어머님의 도움 없이도 당당하게 아그들에게 손맛좋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서툰 솜씨이지만 노력해 봅니다.

역시 울 엄마 손 맛이 최고야.....
라는 말을 늘어 놓으며 열심히 김치 간을 봐 주는 아홉살, 일곱살 두 딸아이의 해맑은 모습에서

그 여자의 행복은 점점 여물어만 갑니다.

스스로 흘린 땀 만큼 행복의 보따리는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 여자이니까요.

사랑하며 살아가고, 무엇인가 주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텅비기 쉬운 요즈음의 삶을 좀더 매끄럽게 가꿔주는 생활의 향기가 될 수 있음을 그 여자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여자는 조금더 노력하며 살기로 해 봅니다.

주방 창가에 향긋한 허브 한점 놓아 봅니다.

누군가 그리워질 때엔 향긋한 허브차 한 잔 앞에 두고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는 나의 아그들아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엄마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고 싶구나.

살아 있다는 것에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사랑을 나눠 줄 수 있는 마음으로......
진정 너희들은 마음이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도록 기도드리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