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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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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그 포비아로서의 고통


BY 작은난초 2000-09-18

언젠가 꼭 누구에게라도 하고 싶었던얘기입니다.
남편과는 초등학교동창으로 8년을 연애하고 결혼하여 6년이 지난지금 두딸과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죠.
너무도 평범한 나날의 어느날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얼굴에서 웃음이 보이지 않는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많이 솔직한 성격이라서 속으로 생각하면 겉으로 기어이 표시가 나는사람입니다. 무언가 있는데 말을 안하대요. 그리도 네살짜리인 큰딸애를 이뻐하는데 그애를 바라보는눈에 슬픔이 있는거예요. 어른이 계시니 자식예뻐하는걸 자제하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딸아이가 목욕을 하고 욕실에서 나오면 발가벚은 딸애(4살)를 안고 뒹구는 그런남자입니다. 가족의 한사람이 웃음을 잃으니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날을 잡고 물었습니다. 외강내유형의 남편은 기어이 눈물을 떨구며 자기가 에이즈에 걸린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은..
남편은 그큰덩치에 어울리지않게 눈물을 흘리며 나와 딸애들에게 미안하고 어쩌고 .....
물론 난 믿어지지않았습니다. 평소의 남편 성격으로 봐서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내 남편이 내가 사랑하는 내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잠을잤다는것...
한번도 상상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 충격과 배신감은 말로 표현이 안되네요. 한동안 말을 잊고 멍하다가 남편을 보니 그이는 정말 자기가 얼마후면 죽을 생각을 하고 있는겁니다.
내 배신감이 문제가 아니라 내옆의 남자는 에이즈 보균자의 여자와 잠을자도 확률이 0.1%라는 에이즈를 바로 자기가 그 0.1%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겁니다. 정말 진짜로 한번의 실수로 자기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얼마후면 다른병도 아닌 세상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하는 그런병에 걸려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내 남편의 심정이 어떠할지는.....
남편은 울면서 정말 잘못했다고 무릎이라도 꿇겠다고. 정말 딱 한번이었다고,며칠을 잠 한숨 못잤다고, 다시 태어나면 자기와 결혼안한댔지만 한번만 다시해주면 지금 못해준것 그때 꼭 다 해준다고 침대에 앉아있는 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우는데 그대들 같으면 왜 다른여자와 잤냐며 따질수 있겠습니까? ( 참고로 시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우리집은 내가 남편에게 지고 사는 편이죠. 이런모습은 평소의 남편의 모습이 아닙니다) 거꾸로 내가 남편을 위로 했죠. 그럴리가 없다. 검사한번 받아보자.
그뒤로 그냥 뉴스거리로밖에 생각지 않았던 에이즈라는걸 인터넷을 뒤져 항원,항체검사가 무엇인지 포비아가 무엇인지, 내남편같이 포비아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처음 알았죠. 여러분도 아시죠? 우리 임신했을때 5개월인가 그때 성병,에이즈 검사도 하쟎아요. 그때 거금 7만원이 나왔을때 의사를 상대로 화를 냈었죠. 이런검사는 난 필요없는데 환자의 의견을 물어가며 검사를 해야지 무조건 검사하고 돈을 내라는게 무슨경우냐고.. 그런데 내가 ... ( 남편은 나와 두달돼 모유를 먹고있는 둘째딸도 걱정하고 있었죠)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상식적으로 알아두세요. 에이즈 항체검사는 그 일이 있은후 한 3개월정도가 지나야 항체가 생성되기 때문에 그때야 검사가 가능하다는 걸... 그런데 어떤곳을 보니 세브란스 병원에서 항원검사라는게 있는데 바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도저히 혼자 못가겠다는 남편을 대동하고 올라갔죠. 거기에서 또 알았습니다. 내 남편같은 남자들이 엄청 많다는걸..
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일은 내 남편의 살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습니다. 온 신경이 몸의 상태에 집중되어 있으니 어딘들 안아프겠습니까? 피부에 모기만 물어도 예전엔 이렇게 크게 자국이 나지 않았는데, 임파선이 이상하다, 몸이 따갑다, 혀에 백태가 낀다, 만성피로가 있다, 자기는 모든게 에이즈 증상인겁니다. 죄송합니다. 애가 울어서 다음에 다시 이어서 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