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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과 남편의 '진한 우정'


BY 사비나 2002-09-01

지난 12월의 어느 주말...저희들은 일전에 두 어머님들이 홍콩을 방문하셨을때
아무 사전 지식없이...다녀왔던 너무나 두렵고 황당했던 경험을 했던
중국 '심천(Shen Zhen)'으로의 두번째 가족 방문을 하였답니다.
이번에는 든든한 중국 청년의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었기 때문에...한층 마음이 놓이는 여행이었지요.

그 중국 청년의 이름은 '쏘드(sword)'...이름이 참으로 특이한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었어요.
그는 다름 아닌...남편의 회사에 MIS-Program 지원을 하는 '꽝조우'
지사에서 근무를 하던 직원인데...캐나다로 이민을 가기위한
최종적인 부분인 추천서가 필요했기때문에...홍콩본부의 보스인
저희 애들아빠에게 추천서를 부탁했었다더군요.
그래서 그에게 추천서 사인을 해줄겸 관광도 할겸해서 여행을
하게 되었던 거예요.

중국청년 쏘드는 난징 태생으로 15살부터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공부했고
IT업계의 유망주...그러나 보다 훌륭한 새로운 세계로 가기를 원합니다.
처음에 남편은 그의 이민을 말렸지만...극구 가야한다는 젊은이의
도전을 막아서도 안되는 것이므로...그를 격려하고 도와주기로
한 것이지요.

그의 가이드를 받으며 편안하고 즐거운 이틀을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관광이야...지난번 두 어머님 오셨을때 이미 다 했던 터였지만...
음식 체험이 참 즐겁고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음식 값도 싸려니와 양도 엄청 많고...맵기는 또 얼마나 매운지...후후

이틀째 점심식사때...쏘드의 주선으로 근사한 음식점의 룸으로
안내되었지요.
여러가지 해물 요리에 뱀스프까지...배가 불러서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먹었는데...겨우 450불이 나왔더군요.
남편과 중국청년은 계산을 하기위해 서로 실갱이를 합니다.
보스가 내야한다...호스트가 내야한다...나이 많은 사람이
내야한다...지난번 홍콩갔을때 너무 많은 대접을 받은 쏘드가 내야한다
...그럼 반씩 내자고 남편이 제안을 하자...친구끼리는 나누어 내는
법이 아니라며...극구 자신이 낼 것을 고집하는 쏘드...

결국 중국인의 고집으로 음식값을 치루고 밖으로 나왔지요.
계속 찜찜해하는 남편은 제게 말하더군요.
"쟤네는 월급이 정말 작아...쟤네한테는 큰 돈이야..."
잠시후...나중에 캐나다로 놀러가겠다는 인사를 하던 남편이
재빨리 그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넣더니 달음질을 치더군요.

순식간에...우리 식구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달음질을 쳐서
호텔로 향했지요.

짐을 찾기위해 호텔로비에서 기다리는데...중국청년이 다시 나타났더군요.
다시 시작되는 몸싸움...저는 순간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잠시후 서로 부둥켜 안고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둘의 모습...홍콩인에게도
없고 한국인에게도 없는 너무나 순수하고 진한 우정...
제게 돌아온 남편이 아쉬운 얼굴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쟤네들...자존심이 무척 세..."

글쎄...그것이 자존심일지...남편이 쌓은 그간의 인간애에 대한
그의 보은의 마음인지...아픔처럼 뭉클대는 가슴 언저리를 진정시키느라고
혼자서 잠시 힘이 들었답니다.
어찌되었건...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그와의 인연을 예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새롭게 펼쳐질 인생이 평안하기를...그가 행복하길...
그의 도전에 좋은 결실이 있기를...빕니다.

sav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