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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6

친구에게...


BY somjingang 2002-09-01

Dear........

우리집에도 새로운 일이
생겼구나. 햄스터 한쌍이 우리집에 왔단다.
오늘로 만 이틀이 지났는데,
그녀석들 하는짓을 들여다 보면 내 참,
고 조고만 녀석들이 참으로 귀여운지라... 나도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가 있구나.
하물며, 그토록이나 햄스터를 기다려온 한별이는
오죽 하겠니?
지 할일 다 팽개치고 어젠 내내 그 녀석들만
보고 있기에 내 잔소리를 좀 늘여 놨는데
엄마 말은 귀에도 안 들어오는지 햄스터 하는양만
지켜보고 있는 거였어.
내가 오죽하면 그랬다... '햄스터 다시 갖다 줘 버린다..

그래도 그 때 뿐이다.. 쪼르르 햄스터가 있는 베란다로 달려가는
폼이 꼭,, 그래, 햄스터가 쳇바퀴 굴리며 노는 폼새다.
햄스터 기르는 요령을 배운다고 피아노 학원에
있는 언니한테서 햄스터 기르는 법을 적어 오느라
저녁이 늦어도 집에 안들어 오던 날도 있었어.

그런데, 우습다!
난 그 놈의 햄스터가 뭐간데, 한별이가 저리 난린가 싶어서
햄스터고 뭐고 콧방귀 였는데 막상 내 눈앞에서 이쁜짓 하는거
보니 마음이 달라지더라는 거지.
그 작은 손으로 제 밥이라고 하나 들고는
잽싸게 집으로 들어 가더니, 그것도 사다리 까지
타고서 말이야.. 두손으로 오물조물 한쪽을 먹었다 싶으니
다른쪽으로 돌려서 먹는거 하고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런데, 더 가관인건,,, 햄스터 얘기가 그렇게 여러번 나와도
콧방귀 조차 안뀌던 한별아빠가 말이야.. 글쎄, 집에 오자마자
얼른 베란다로 가서 햄스터 하는양을 오래 들여다 본다는 거야..

재밌지 않니?

솔직히 난 걱정 스럽기도 해. 나의 이기주의 인지
모르겠지만 고 작은 녀석들이 싸놓은 분비물에서 나오는
냄새가 생각보다 고약해서 자주 톱밥을 갈아 줄 생각을
하면 고 녀석들의 이쁜짓이고 뭐고 갑자기 귀찮아 지는 거야.

그것도 습관이 되면 괜찮아 지려나?

이애,어제 엄청난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잖니?
그렇게 자연이 일으키는 천재지변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저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암껏도 아닌데 우리가
마치 자연의 지배자 인척 했던게 우습게 느껴지곤 해.

그 태풍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환하게 밝아 오고 있어서 이런때 산에 가면 그 공기가
얼마나 달콤할까 싶어서 아이들 데리고 산에 갔었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산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더구나.
적당한 터를 찾고 있는 중에 동네 사람을 만났지.
그 사람들이 바람에 떨어져 있더라며 아직 덜익은
밤송이를 열심히 까는걸 보았어.
벌써, 산은 그렇게 바람에 떨어진 밤송이를
줍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번 훑고 지나갔는지
여기저기 밤이 떨어져 나간 밤송이들이 굴러 다니고 있었어.

산에서 만난 동네사람이 까만 비닐봉지에 가져온 밤송이를
다 까려면 한참이 걸리겠기에 난 그만 올라가자는데
아이들끼리 저희들이 아는 처진지라 그냥 거기 있겠다는걸
우린 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왔지만 그집은
아빠를 포함해서 가족이 모두 밤을 까려고 왔는지 열심히
밤송이를 헤집고 있지 않았겠니? 그래서
싫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갈길로 가는데 우리집 두녀석이
자꾸만 뒤를 돌아다 봐서.. 참 이럴땐 우리도 아빠랑
같이 오는건데 싶더라니까.... 그래서 아빠랑 같이
밤송일 헤집으면 아이들은 그속에서 삐져나오는 알밤을
꺼내 보이며 얼마나 좋아할까,, 싶어서 다음주엔
함께 와야지 생각하지만 그때까지 저 밤송이들이 있어 줄래나...


태풍뒤에 바람이 한자락 남아 있었던지
배가 고파 가져온 김밥을 먹으려고 돗자리에 앉아서
올려다본 상수리나무가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더구나.

내일이 우리 큰애 '독서퀴즈'인가가 있는 날이어서
가져온 책을 아이에게 오랜만에 좀 읽어 줄까 싶어서
그대로 누웠어. 하얀구름속에 가려진 하늘이
잠깐 푸르게, 아이 표현에 의하면 수영장 같은 색깔로
잠시 드러나는걸 보았지. 그냥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다
한숨을 자도 좋을것 같았는데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으로
해서 우린 얼른 일어서 돗자리를 접어야 했으니...
그건 집모기 보다 색깔도 시커매서 어딘지 불온해 보이는
데다 크기도 집에서 보았던 그것보다 큰 산모기였어.

참, 좋았는데.... 돗자리 편 그자리는 황토흙이 깔린
위로 근처의 소나무에서 떨어졌음직한 나뭇잎이 적당히
썩어서 부드러운 상태였고 한참 떨어져서 풀들이 무성했으니
그곳이면 우리가 누워서 하늘바라기도 하고
어제 내린비로 깨끗해서 공기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을 장소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갑작스레 찾아온 그 산모기가 더 얄미웠을거야..
이젠, 가져온 책을 더 읽을 생각도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수영장물색깔처럼 파란 하늘처럼 저멀리 달아나 버리고
가져온 주전부리가 다 떨어져 간 때문인지, 아니면
집앞 운동장에서 친구랑 축구하고 싶은게 여기 있는것 보다
더 간절했는지 자꾸만 집에 가자고 졸라대는 둘째 녀석때문이라도
얼른 일어나야 했어.

이젠 집에 가야지 싶은데 그 좋은 공기 품고 있던 산을 내려오고
싶지 않은 난 이 핑계 저 핑계대며 산속 이곳 저곳에 나 있던
사잇길로, 오솔길로 돌아 돌아 산을 내려왔어.

참, 오면서 아이들이 햄스터 준다고 도토리를 주웠구나.
그거 역시 어제의 그 태풍 때문에 산길에 많이 떨어져 있었던가 보았어.

산엔 상수리 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며 갈참나무등... 참나무 과에
속한 나무들이 참 많았거든!

주머니 그득 도토리를 주워 담는 아이들은 신이 났지.
그것들을 각자의 햄스터에게 먹일 생각이 아마도 그 아이들을 그렇게
신나게 했을 테지...

오늘 하루 산에서 그렇게 보내고 나니
하루가 금방가고 말았어.
모기에 물린 자리가 아직도 따갑지만 오랫만의
산 나들이가 오늘 산에서 느꼈던 상큼한 공기 만큼이나
신선하게 자리하는건, 아마도 아이들이 가져온
도토리가 그 산의 향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서 일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나저나 그 도토리를 먹는 햄스터는
도토리에서 맡아지는 산향기를 느끼려나 어쩌려나!

잘 지내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