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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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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과 연필로 자판을 두드린다.


BY cosmos03 2002-08-31

딸년의 고발 사건이 유야무야 그렇게 마무리가 돼 가는가 보다.
찾아가 봐야지 찾아가 봐야지
그렇게 마음으로만 미적거리다 보니 벌써 며칠이 후딱 지나버린다.
이젠 면구스러워 또 어찌 가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감독님의 너그러움으로 아이들은 용서가 되었나보다.

며칠전 수련회가 있었고 비가 오는 관계로다 수련회 출발을 못 하고
연 이틀을 학교내에서 축제아닌 축제를 벌였었나 보다.

장기자랑들도 하고 노래와 춤들이 어우러 질때
감독님께서 사격하는 녀석들에게 춤을 추자고 하셨다 한다.
녀석들...
도리도리춤이라나?
모양으로 흉내는 내는데 난 모르겠다 그런춤.

아마도 감독님과 녀석들이 그렇게 어우러져 춤들을 추었나 보다.
그러며 그러셨다 한다.
어린 싹들을 잘라버릴수도 없고...
인생을 망칠수도 없고.
앞으로는 체벌을 없앨테니 너희들도 최선을 다해 잘해보자고.

다시는 그런일 없을겁니다.
한번 믿어보세요.
아이들은 그리 약속을 하였다하고 그 말을 듣는 나 역시도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얼마나 다행스럽게 끝난일인가?

아직까지 남편은 그 일을 모르고 있다.
나도, 아이도 서로가 말을 안 했고
또한 알아서 별로 좋을것도 없지 싶은 마음에
요번일만은 그냥 덮어두기로 한 것이었다.

어차피 찾아가 뵈려고 했었고
찾아가 뵐때는 빈손으로는 못가니 무언가라도 들고 가려 했었는데...
결말이 좋으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개운치가 못하다.

돌아오는 추석때라도 한번쯤은 찾아가 봐야겠지.
그때는 선물도 뇌물이 아닌 진정한 선물로 말이다.


요즘은 손가락이 더욱 심하게 아프다.
자판을 한번씩 치고나면 장난아니게 쑤셔 제끼는 거다.
자꾸만 아프다고 하니...
남편이 한가지 제의를 한다.
" 너 그렇게 손 수다를 떨고 싶으면 차라리 볼펜으로 자판을 치면 어떠니? "
좋은 생각인거 같아 볼펜으로 자판을 친다.

띄엄띄엄..파리타법으로 말이다.
어차피 지금까지 쳐오던것도 독수리 타법이었는데
크게 문제될것이 무에있나 싶어 도전을 했는데...
한자한자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꼭 이렇게 까지해서 손 수다를 떨고 싶은건가?
마약같구만,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드는거다.

아컴에 들어와서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응답글을 달려해도 손가락이 아픈 바람에
공짜로 남의 글만을 읽고는 그냥 가고...
염치없게도 살금살금 그렇게 남의글만을 읽었다.

볼펜으로 자판을 두드린지 며칠쯤 되는데 자꾸만 미끄러진다.
우두커니 한 옆에서 구경하던 남편이 이번에는 지우개달린 연필이 더 낫겠다며
그것으로 자판을 두드리란다.
도와주는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그렇게 볼펜과 연필로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요번에는 습관이 안 되어서인지
양쪽 어깨쭉지가 아픈것이다.
팔목도 아프고 팔꿈치도 져리고 시간은 왜 또 그리 많이 잡아먹는지...
오타는 왜또 그리 많고.

딸아이는 옆에서 낄낄거린다.
꼭 그렇게 까지 인터넷을 해야만 하느냐고.

에구~
나도 이게 병이지 다른게 병인가?

또다시 내리 퍼붓는 빗줄기가 너무 밉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 집안에 문이란 문은 모두 닫아 놓았다.
후덥지근한게 불쾌하기까지 하다.

딸아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호박넣고 부침개라도 부쳐먹어야 할까보다.
오늘의 수다도... 난 연필과 볼펜의 힘을 빌어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