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진도에서 올라오신 외숙모님께서 내일이면 다시 진도로 내려가신다는 연락을 받으신 어머님은 맘이 편치않아 어쩔줄 모르셨어요.
'내게 친정붙이라고는 몇 있지도 않은데, 모처럼 올라오신 오라부댁을 그냥 보내 어쩌면 좋냐? 장사할 때야 여비라두 얼마 보태주곤 했는데, 워쩔꺼나? 뭣을 좀 해줘야 좋을까?'
하시며 발을 동동 구르셨어요.
그러시더니,
드디어!
작년에 동네 아는 분의 소개로 예쁘게 손뜨게질한 쟈켓처럼 입을 수 있는 쉐타를 꺼내셨어요.
요즘같은 날씨에 입고 외출하기 딱 알맞은 옷이었는데, 아주 곱고 화사한 꽃분홍색이지요.
그 옷을 입고 외출하시면 다들 곱다고, 아주 예쁘다고 치사를 받으시던 옷이건만, '형님'을 위해서 아낌없이 헌사하시기로 마음 먹으신 거예요.
바깥에 외출해 있는 아범을 부리나케 핸드폰으로 부르셨지요.
'나, 이따가 약수동에 갈라니깐 얼른 와. 지금 출발 하냐?'
남편은 급한 일이 끝나는 대로 부지런히 돌아왔지요.
낼이면 다시 돌아가신다는 외숙모님께 인사하러 저두 같이 따라나섰지요.
약수동 조카분댁에 도착하신 어머님은 얼른 그 옷을 외숙모님에게 입히시며
'성님, 일어나보시요. 워매... 워쩜 이리 딱 맞냐... 맞춘 거 같네...내가 아끼던 옷이지만 성님 그냥 보내기 섭섭해서, 잘 입으시요. 성님, 워매, 진짜 곱다..."
감탄사를 연발하셨죠.
그 옷을 입으신 외숙모님도 옷을 손으로 쓸어보시며 좋아하셨구요.
'좋은 걸 뭐하러 나 준다냐? 그냥 아우 입게... 솔찮이 비싸게 했겠구만, 그냥 두게... 난 아무것나 입어도 좋응께...
참 따습구먼...'
두 분이 성님,아우하시며 옷 한벌을 두고 다정히 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요.
빈 손으로 고향으로 돌려보내시기 서운하여 무언가를 계속 주고 싶어하시던 어머님이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셨나 봅니다.
돌아오시는 차 안에서도
'꼭 맞춘 듯이 잘 맞더라, 진짜 잘 갖다 줬네...'
하셨지요.
들어오는 길엔 동네부근에 있는 대형할인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샀어요.
생선찌개를 끓이기로 하고요.
물론 집에 들어오는 즉시 그 일은 어머님이 담당이셨지요.
'제가 끓이면 맛이 안 나요...뭐뭐 넣을까요?'
전 옆에서 양파 다듬고, 매운 고추 냉장고에서 꺼내드리고,
마늘이며 갖은 양념 준비만 해드렸지요.
그렇게 둘러앉아 먹는 저녁식사는 여늬집 부럽지 않았어요.
바깥에 아무리 찬 바람이 씽씽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서로를 챙겨주는 따슨 마음들과 임금님 밥상이 부럽잖은 맛난
찌개가 있었거든요.
식사를 마친 남편이
'꼭 횟집에 와서 밥 먹은 거 같다. 찌개 정말 좋네.'
하며 일어서는 거 있죠?
어머님 들으시라고요.
진짜 효자예요.
사소한 그 말 한마디에 어머님 입이 함지박만 해졌구..
생선찌개 하나에, 맛있는 김치 한가지에 이렇게 마음이 부자가 되다니요..
저녁에 무얼 드셨어요?
전, 사랑이 듬뿍 담긴 밥을 먹었답니다.
오전에 다른 날보다 운동을 좀 더 했더니 몸이 나른나른해지려고 해요.
새 나라의 새 어린이가 되려고 그 좋아하는 주말의 명화마저
포기해야 하나봐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