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어느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나서 T.V.에서 하는 대학축구를 열심히 보고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때르릉...때르릉..."
전화가 가까운 부엌에서 무언가 하고있던 아내가 받으려니 했는데
너 댓번이 울려도 안 받기에 돌아보니,
순이는 못 들은양, 하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화 좀 받어!"
"싫어! 자기가 받어!"
"당신이 가깝잖아!"
"그래두 싫어!"
"왜?"
"무서워서..."
"무서워? 뭐가??"
".....미국사람이면 어떡해?"
후후
이민 초기에 겪는 '전화 공포증'이었다.
(초기 이민자 집에 전화 걸면 대부분 애들이 받음)
할수없이 일어나 전화를 드니, 어머니셨다.
"왜 이리 전화를 안 받냐?"
"어... 저, 밖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순이는?"
"녜..... 저랑 같이 밖에..." ^^*
안 되겠다 싶어 저녁을 먹고나서 순이와 약속을 했다.
이왕 미국에서 살텐데, 빨리 영어를 할 수 있게,
익숙해질 때까지 일체 영어만 쓰기!
실수로 한국말을 하면 '알 밤' 한대씩 맞기로.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Good morning!"
일어나자마자 옆에 자고있던 아내를 깨워 한마디 했다.
"Ah! Good morning!"
그녀도 쑥스러운 듯이 대답을 했다.
회사로 향하면서 또 한마디...
"Have a nice day!"
"You, too. 호호호"
집에 돌아오니, 순이가 웃는 얼굴로 맞는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
"How was your day?"
내가 말을 거니,
"O.K." 라는 간단한 대답이 전부였다.
옷을 갈아 입으며 다시 한마디 했다.
"What's for dinner?"
"Hmm~~ 김치찌개!"
"A~ha! You just spoke Korean." 하며 '알 밤' 한대 먹이려 다가가니,
황급히 막으며 순이가 변명을 한다.
" '김치찌개' is a '고유명사'. So, it can be English!"
" '김치' is. '찌개' is not!"
('찌개'는 'Hot Soup' 이나 'Casserole' 이라고 표현될 수 있음)
대학 일학년 때 영어회화 클럽을 같이 했던 그녀였는데,
몇년동안 쓸 일이 없었던 탓에 많이 잊어버린 듯,
그저 간단한 말만 몇마디씩 하며 시작이 됐는데,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며 '장기계획'을 세웠던 나는
사흘만에 손을 들고말았다.
오래전부터 알아왔고, 또 동갑이기 때문에,
남편이라기 보다는 친구라는 느낌으로 나를 대하던 순이가
'영어가 짧다'는 열등의식에 입을 '꼭' 다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신혼생활을 대화 없이??
오우~~ Never!!
(그때의 후유증(?)으로 순이의 영어회화 솜씨가
25년이 된 지금도 그저 그러합니다.
애들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과 대화할 정도는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