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일어난 탓에
자꾸 감기는 눈꺼풀을 난 이기지 못했다.
그냥 잠들었다.
손가락 까닥 할 기력이 없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꿈을 꾸었다.
누군가 나에게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한다.
근데, 보이지 않는다.
눈을 뜰래야 뜰수가 없구,
손조차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또 들어 버렸다.
마취제를 맞은듯......
이상한 꿈이였다.
한참 자고나서야 난 눈을 뜰 수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아가씨에게
시간을 물었다. 10시가 조금 넘었단다.
2시간을 잔거였다.
그리고, 바같 풍경를 보았다.
산 기슭 사이로 기차를 달리고 있었고,
굴다리를 얼마나 자주 지나 오는지.....
검었다 밝았다를 여러번 반복한다.
책을 펼쳤다.
읽는 순간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근데, 순간
내가 이렇게 웃고 끼득거릴 때가 아닌데 싶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아닌가...
후회 하지 말기.
그냥.......닥치는대로 대면하기.
여태껏 내 나이 잊고 살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든가....
무슨 새삼스럽게.....
책은 재미 있었다.
사기를 잘했구나 싶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쯤....
옆에 탄 어느 분들.....
여자 둘에 남자 하나...
셋이서 끼득 거리고 웃고 떠든다.
분위기를 봤을땐, 부부나 남매들은 아닌듯 싶다.
불륜?
저 남자는 복도 많네....
두 여자를 한꺼번에?
ㅎㅎ^^
혼자 별 상상을 다 한다.
기차 오르기 전
쓰디 쓴 커피 한 잔 외엔 먹은게 없다.
홍익매점 아저씨 자주 왔다 갔다 하지만,
먹고 싶은게 없다.
근데, 왜 화장실이 가고 싶지?
난 옆사람을 살짝 비켜나가 화장실을 향했다.
그리고, 볼일 보고 거울을 보았다.
지친 얼굴.....
너무나 가엾은 내 얼굴이였다.
거울은 내 얼굴은 내 나이를 말해 주지 않았다.
손을 씻고 머리를 만지고 자리에 돌아 왔다.
한참만에 책 한권을 다 읽었다.
가벼운 글이라 잘 넘어갔다.
얼마나 왔을까.......
사북이란다.
"야망의 세월"의 찰영장이였던....
아...
여기가 사북이라는데로구나.....
그리고, 얼마안가 태백이 나왔다.
산 꼭대기에 녹지 않은 눈이 가득했다.
아름다웠다.
보석을 뿌려 놓은 듯.........
그래도, 여전히 굴다리는 나왔다.
순간, 느끼는게 있다.
그래..인생은 이런거구나.....
밝은 세상이 채 오기도 전에 어둠(고통.힘겨움) 오고
어둠에 벗어나면
눈 부셔 적응이 안되면서
서서히 내 눈은 밝아 지고 있었다.
삶을 말해주듯........
판잣집 같은 허름한 집들이 많았다.
산골이였다.
고향에 냄새가 나는듯........
그리고, 묵호가 나온다.
내가 태어나 3개월만에 밀양으로 가버렸던 곳.
결혼전 스무살에
엄마가
"사람은 태어나 죽기전에
고향땅은 한 번 밟아야 하는법이다"
하시며, 엄마와 둘이 함께 여행했던 묵호였다.
비록 100일도 안 지나 떠나온 고향이지만
6년전에 와봤던 곳.
갑자기 내리고 싶었지만,
내 목적지가 아니다 보니,
몸은 일으키진 않았다.
무궁화호라 역마다 다 거쳤다.
새마을호가 없는 선로......
^^
그리고,
5분 정도 "스위치백" 이라는 구간이 있었다.
예전 일본군들이 이 선로를 만들면서
설계를 잘못해, 낭떠러지 있는 줄 모르고
계통했다가. 다시 되돌아가 다른 선로로
바꿔서 가야 하는 구간이란다.
역무원의 설명과 함께
첨으로 특별한 걸 경험해보았다.
재미 있기도 하구, 신기했다.
그리고, 얼마후
정동진!~
그 바로 바다가 보인다.
거센 파도였다.
초겨울의 바다......
종착역은 강릉인 열차....
정동진에서 많은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다음차를 기다리는 행인들이 많았다.
아마, 어제 올라 왔나보다.
커플들이 많았다.
기차 발판을 벗어나 내리는 순간
밀려 오는 외로움......
그래....넌 혼자 왔잖아.
당연한 줄 알면서
순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시야를 덮어 버리는 바다....
정동진비가 보인다.
멋진 시가 적혀 있는.....
한번 쭉 읽어 내려 가본다.
메모 하는 아가씨도 있다.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가 바닷가로 간다.
모래시계 파는 이동식 판매대가 많았다.
그래도, 기념하고 싶어
몇개의 모래시계를 샀다.
이만 오천원이나 들었다.
왕복 차비와 비슷할 만큼.......
그래도...... 이 곳의 특산품이니, 사고 싶었다.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난........
바다를 잠시 만끽하고 건널목을 건너
상가쪽을 향했다.
버섯덮밥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들어갔다.
그리고, 혼자 시켜 천천히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다시 나와
내가 간 곳은
정동진 바닷가 중앙 부분이 있는 위치에 있는
"정동진 라이브 까페"였다.
3층에 위치된 곳이라
바다 풍경 보기엔 적격해 보였다.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당연히 늘 마시던 메뉴.....
카푸치노를 시켰다.
향과 거품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천천히 마시며,
아까 사두었던 정동진 풍경의 카드엽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펜으로 지금의 느낌을
일기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한참, 커피 마시며 바같을 보고 있는데,
아까 기차 안에서 본 그들 셋을 보았다.
그들도 나를 알아 보는 듯 했다.
아무래도...불륜(윤리와 도덕에 어긋나는....)일려나?
ㅎㅎ^^
난 차를 다 마시고
값을 지불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바다!~
좋았다.
상쾌했다.
그리고, 다시 역으로 향했다.
차표 예약을 하기위해........
4시와 10시 밖에 없단다.
당연히 무궁화였구....
지금이 3시가 넘었는데,
4시 차를 타긴 너무 서운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밤 10시 20분 시간의 차표를 끊었다.
그리고, 난 차표를 주머니 넣고,
PC방으로 향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자주 가던 사이트 대화방에도 들리고,
당연히 아줌마 닷컴에도 왔다.
그렇기에 이 글을 남기는 거구.....
이젠 7시다.
대화방에서 가끔 알던 여자분이
동해 사는 분이 있었다.
연락도 없이 왔다고 난리다.
온김에 까페로 꾸며진 배로 가란다.
너무 좋단다.
아.......그래서...모래시계와 배 모양의
악세사리가 있었구나....
그래....아직 3시간이 남았으니,
그 곳을 가보자.
거기서 밥을 먹고 되돌아 와
바다 야경을 보고 기차에 오르자는
결론을 내렸다.
집에다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내가 여길 왔는지도 모를 남편과 아이들.
미안함도 있지만,
돌아가 다시 현실에 충실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도 나에겐 필요하기에......
그건 가서 고민해도 될 것 같았다.
남편은 내가 아예 돌아오지 않을 가출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할 것이다.
정말........
나라는 여자를 잘 안다면.......
아마....싱크대에 먹고 남은 빈 그릇들이
가득할 것 같고,
욕실엔 벗어 놓은 옷가지들이 즐빗할 것이고,
방엔 장난감으로 가득 하겠지.
그래도......가서 고민하고 싶다.
지금 나에겐....
그런 것......사소한 것들의 고민으로 하여금
벗어 나기 위해 왔으니.........
내가 내일 설에 도착하는 시간은 6시!
딱 24시간 만의 외출이다.
아니.....외박이군...
이걸 이해 못해주면 어쩌냐고 대화방에서
만난 동해 그 언니가 물어 온게 생각났다.
글쎄?
이해 못하면 같이 살 의미가 없죠
라고 농담으로 넘겼지만,
음.........
그것도 가서 고민하자.
^^
밥이나 먹고 이젠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다.
아직까지는 나에겐 좋은 시간들이다.
방배동에 발이 닿는 순간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