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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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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가 늘었어요~


BY 은빛여우 2002-08-28

8월이 사나흘 남았다

새벽녘 창으로 넘어들어오는 냉기가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복장터지는 시댁의 일로 인해 몸도 맘도 다 지치고
숟가락 들 힘만 떨어지고나면 끝장인갑다...하고
까라져 지내기를 며칠.... 해결아닌 해결로 실마리를
풀고 주섬주섬 일어나 앉았다

구경도 못해본 뭉칫돈 한입에 털어넣은 심정이야 무에
말 할것도 없지만 그래도 허탈한 맘에 손가락 하나
운신할 기운도 없던 터 였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 난데... 밥은 먹었어?

- 밥은 몬 밥을 먹어..... 걍 누워 있어.....

- 나 집근처에 와 있는데 눈꼽만 떼구 기다려....
점심 먹으러 가자.....

오랫만에 바깥엘 나왔다
송도 해안도로를 얼마를 달려 언젠가 아는분이 사주시는
저녁으로 값비싼 정식으로 얻어먹었던 일식집 앞이다

- 미쳤어.... 여기 밥 값이 얼만데.....

- 당신 튀김정식 좋아하자너.... 그건 별로 안비싸더라

자기 집 일로 인해 맥빠져 앓고 있는 것이 안됐었는지
한입에 밥 한공기 밀어넣고 다시 일 봐야 하는 바쁜 사람이
점심을 먹이기위해 달려온것이 고맙고 안쓰러워 못이기는
척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모처럼 누군가의 시중 받아가며 맛나게 점심을 먹고나니
다시 차에 태우고 울신랑 어디론가 방향을 잡는다
창밖으로 남은 열기를 태우는 여름의 끄트머리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어느 가구공장 마당으로 들어선 차가
멈췄다

- 아까 보고간거 다시좀 보여주세요....

상설 전시장안에 놓여진 오렌지색 소파 앞으로 신랑이 안내를
한다

언젠가 폭 파묻히는 소파에 앉아 신문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또 창밖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들었음 좋겠다고 지나는
말처럼 흘린걸 기억한 모양이었다

거실이 작아 생각만 하고 담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그때
사야지.... 맘을 달래고 있었는데 신랑은 이미 비슷한 가격대로
몇개를 골라놓았던 모양이었다

당장 돈 들어가야할 구멍은 맨몸으로라도 틀어막아야 할 판에
소파라니 걱정도 스러웠지만 애틋한 신랑의 표정을 보니 막상
입에서 그만두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애들이 좋아하겠네.... 색두 곱다.....

- 애들 아니구 당신하테 주는 선물이야..... 여기서 편하게
신문도 읽구 커피두 마셔......

- 편하긴... 식구만 하나 더 느는거지..... 치우구 닦구 할라믄
애 하나 더 생기는거랑 같겠지 뭐......



그렇게 해서 우리집에 오랫만에 가구가 아닌 식구가 하나
늘어났다

나더러 편하게 차마시구 신문보라던 그 소파는 낮에는 작은 아이
잠자리로 또 딸아이 놀이터로 그리고 밤에는 신랑과 두 아이
펭귄마냥 비비고 앉아 깜빡잠드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사는게 별건가........

이렇게 또 한고비 넘기고 또 한가지 내 안의 물욕을 접음으로써
또 다른 삶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가 보다



기운내자 ,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