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31

그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


BY 올리비아 2002-08-26

빛바랜 사진첩 속에서 티없이 웃고 있는 소녀를.. 
지금의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스카프 목에 두르고 면바지 염색해 멋을내며
친구들과 통키타에 매료되어 지내던 그 시절..

담배연기 자욱한 음악 다방에서 신청곡 고히 적어
유리상자속의 긴머리 DJ오빠에게 가슴 설레이며 건네주던 그시절..

학창시절 교복에 흰칼라 목련꽃처럼 눈부시게 펼쳐 입고
그 무거운 가방과 보조가방 힘겹게 들고 다니던 ..

그때 그시절을 아시나요..

아침 일찍 검은머리핀 하나로 한층 멋을내어 그렇게
만원버스에 오르면 제복입은 안내양언니의 씩씩한 몸짓으로 
우리를 차안으로 힘껏 구겨밀듯 밀어 넣으며 안내양 언니는 
기사아저씨에게 차등을 힘껏 두둘기면서 출발의 신호를 보냅니다..

안내양언니의 우렁찬 오라이~ 소리에 
차가 움직이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였던..

그때 그시절을 아시는지요..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넘어짐이 없을 정도의 만원버스를
타 보았던 기억이 언제였던지 까마득합니다.

가끔은 가방속에 작은 젓갈병에 싸온 김치국물이 흘러
두갈래로 세워놓은 책모서리를 붉게 물들이기도 하고..

성질 급한 식욕으로 꺼내먹는 도시락.. 
그 맛은 과연 어떤 맛에 비할까요.

매점에는 그런 친구들의 꺼지지 않는 먹성의 아우성으로
항상 북적데던 그 매점은 지금도 그 곳에 있을까요..

따스한 봄.. 햇빛 한곳에 모아 놓은듯한 운동장 한구석 바위에 앉아
친구와 함께 라디오방송에 보낼 엽서를 정성들여 써 본적이 있으신지요.

친한 친구의 이름과 신청곡 고히 써서 
그 많은 엽서중 나의엽서가 눈에 띄길 바라는 얕은 마음에
엽서 테두리 예쁘게 치장하느라 밤새 레이스를 수 놓았던.. 

늦은 밤 라디오 소리에 숨 죽이며 귀 기울여 듣던 
이종환 아저씨 별~이~빛~나~는~ 밤~에~~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고교 얄개의 스타 전영록과 임예진은 마치 우리들의 우상이었고
그들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꿈 꿔왔었고.. 

러브스토리..라스트콘서트..로미오와 쥴리엣..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온 그 날밤엔
혼자 잠 못 이루며 마음 아파한 적도 참 많았답니다.

뜨거운 여름이 우리의 청춘을 그렇게 또 반깁니다..
바닷가를 옆에 끼고 모래밭에 둥그렇게 자리잡고 둘러앉아
부르던 노래소리를 기억하시는지요..

조개 껍질먹고~~ 그녀의목에걸고~~
기타소리에 참 많이도 불러 보았던 그 노래 소리는

아직도 여름 밤하늘에 남아 있을까 싶어 밤바다를 둘러보니
그 곳엔 화려한 폭죽과 굉음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씁쓸하게 날 반기더군요..

그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마 그때도 이렇게 또 가을이 왔었나 봅니다.
감히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소녀는 괜히 가을이라는 
이유 하나로 한껏 센치해 보기도 하였지요.

멀리서 지나가는 기차를 교실창 안에서 바라보기도하고
발밑에 일렁이는 노란낙엽 책갈피에 꽂아 글을 써 놓기도하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와서 가을을 지내보니
그 시절 제가 지낸 가을은 모양내기의 가을임을 알게 되었네요..^^

그때 그 시절이 우습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날.. 학교에서도 눈이 옵니다. 
조개석탄의 난로불 위엔 행동빠른 아이의 도시락 순으로 높히 
포개어 있었던 그 겨울의 정경은 이젠 볼수가 없을 것입니다.

추운교실의 시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엄마의 버선을 가져와 신기도하고 손수 떠준 속바지와 
뜨게질한 목도리가 그렇게 우리의 한 겨울을 따스하게 꾸며주었지요..

문득 오늘같이 목덜미에 찬바람 더듬고 지나가면
말로 표현할수 없는 색깔없는 묘한 감정들로 
가슴 한켠에 소리없는 그리움으로 비집고 들어 옵니다..

어느 덧 시큼한 가을바람에 떠 오르는 옛 생각들이
많아진걸 보니 정말 세월이 참 많이도 흐른 것 같습니다.

계절이 또 이렇게 바뀔때마다 
흔적없이 사라진 보고 싶은 그 시절들.....

그때 그 시절들이 너무나..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때 그 시절을 아시는지요......



**이 글은 제가 오래 전에 에세이 방에 올렸던 글인데.. 
옛날 이야기라는 이방이 생겨서 다시 한번 올려 보았습니다...
잠시 지난 추억을 함께 되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