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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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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성질 때문에.


BY 다정 2002-08-26

월요일 아침은 부산하다
개학을 일찍한 아이도 서둘러 빠져나가고
낚시를 갔다 온 남편은 몸이 찌뿌둥하다고
겉으론 고거 쌤통이다
말을 꼬으면서 대꾸를 했지만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괜히 걱정이다)
느긋하게 생각하면
관대하게 봐 줄수가 있는데
빨래를 널면서
그래,,느긋해 보자,,!!

방송으로 들리는 단수 소식..
예정에도 없던 단수란 말에
갑자기 바쁘다
저녁 무렵까지 물이 안 나온다기에
화장실도 문제이고
갑자기 날씨도 더운것이
양동이마다 물을 받아서
줄을 세워 본다.
이왕 이렇게 된것
저녁 밥도 해야지,,
어묵도 볶고, 쌀도 씻어 놓고
풀어진 생활에 활기가 갑자기 넘친다.
그럭저럭 마무리까지 하고
점심 한 그릇 챙겨 먹고 나니
밀려드는 이 행복과 충만감..
이런 날은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ㅎㅎ

좁은 집에 모양도 가지각색인 출렁이는 물 그릇
그 하나로도 기쁘다니,,
단순,,그 자체로 밖에 표현이 안 된다,,성질이,,

오후의 후텁지근한 기온을 뚫고 은행을 다녀오니
아래집에 물 소리가 들린다.
어!!이상하네,,
저녁에 나온다 했는데..

우리집 수도물도 콸콸콸
단수 끝시간이 되려면 아직 5시간이나 남았는데.
벌써 물이 나오다니..
꼭 이런다..
비질비질 흘린 땀,
대야 한가득의 물과 스텐 양푼이에 받아 둔 물로
아낌없이 써 버렸다.
그 짧은 순간의 행복이 이젠 싱겁기까지..
그냥 좀 느긋하게 있어 볼 걸.
이 놈의 성질 때문에
반나절을 다 보내고
난 언제나,,여유로운 마음을 가질수 있으련지...
저 양동이랑 그릇에 물은 다 어쩐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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