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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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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의자의 오후


BY shinjak 2002-08-24

아직 짝을 못 찾은 매미들의 합창소리.
엄청난 매미의 합창
오만마리의 합창이라고 할까
이파리 부딪치는 소리와
바람소리와 햇빛이 찬란한 오후
비단산 중간에 버티고 있는 우리 집
앞뒤가 초록과 매미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로 둘러쌓여 때가 덜 끼는 느낌

흔들의자에 앉아 숲을 보니
방학동안의 일들이 스쳐간다.

40 년을 날 좋다고 하는 남자동창이 낀
9명의 동창들(남4,여5)과 2박3일의
맛기행

청계양노원 고추밭에서 고추 따던 일
호박잎을 헤치고 호박을 따며
땀을 훔치며 본 하늘의 구름

신탄리 안나의집 양노원
마루에 앉아 본 앞산 봉우리에 걸린
외로움, 쓸쓸한 노년
90 넘은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삶과 죽음은 하나라지만...

황토방 뒷산의 자작나무숲의 새벽
엉키고설킨 칡넝쿨의 보랏빛꽃의 겸손
하얀 저녁달과 달맞이꽃의 노오란 빛깔
솔잎타는 냉갈과 연기속의 고요

문예창작 연수 문학기행
신석정 시인의 초라하고 가난한 초가집
텃밭에 크고있는 고구마,고추,깨,
도랑물이 흐르고 미나리의 윤기나는
건강함

거부에 검소의 선두를 달린 김성수
고택의 열두 대문

천한 기생의 신분으로 아름다운 시를 남겨
매창공원까지 생기게한 매창공원의 숲길

서정주 시인의 태어나서부터 저 세상에
갈 때까지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 기념관
에베레스트 산을 사천번을 올랐다는 일
이 가장 나를 놀라게 했다.
국화꽃 한송이를 상기시키는 국화 화분
에 벌써 꽃이 피었었다.
(으미 가을도 아닌디 향도 없는 국화)

창의 명인 신채효 고택의 도랑물길
그래서 노래를 잘 했을까?

문학연수에서 들은 이야기
동시 <장날>
어머니는 팔 물건을 이고지고
장에 가신다
아버지는 그 뒤에 두루마기 입고
따라 가신다

어머니는 물건 팔기에 바쁘다
아버지는 주막에서 술먹기 바쁘다

어머니는 판 돈으로 우리들 물건 사서
이고지고 돌아오신다.
아버지는 술 취해서 비틀비틀 돌아오신다

엄니는 사탕 내주느라 바쁘다
아버지는 그래도 남자라고
지랄한다
(인사안한다고)

남자들은 왜 그럴까?
앞산에 숲은 말이 없다

며칠 전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위한
연수를 받았다
연수장소가 너무 멀고 비가 오고
산위에 학교가 있는데 비를 맞으며
걸어 올라가는 내꼴이 우습다.
땀은 비처럼 주룩주룩

훌륭한 강사들의 강의 내용은
여유를 가지고 사랑으로 기다리란다

사랑으로 기다리는 교사를 만들기 위해
기를 통한 자기 수련을 시키는 강사
동양학적으로 접근하는 강사
청소년의 반항을 사랑으로 감싸라
정신적인 문제는 정신병원에 의뢰하고
정신에 무엇이 담겨있나 심리검사

몇일 동안 강사들마다 하는 결론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란다.

마지막 각 선생님들이 겪은 아이
교실 물건을 던지며 소란을 피우는 아이
말을 잊어버리고 답답하게 앉아있는 아이
반항하고 아무것도 하지않고 교사와 맞서는 아이
자폐증이 심해서 교실을 온통 난리속으로 몰아가는 아이
주의력산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주는 아이
강박적인 아이 조금이라도 자기생각과
틀리면 울고 분위기 망치는 아이
성실하지 못해 괴로운 아이 책임감 없어 괴로운 아이

선생노릇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나조차 괴로워진다.

달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길밖에
도리없는 교육의 현실이다.

한가한 오후가
심란한 마음으로 흘러간다.